다시 봐도 역시 남농… 조선 말 남종화 대가 허건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

입력 2015-04-30 02:06

조선 말기 전통 산수화의 맥을 잇는 남종화(南宗畵)의 대가 남농 허건(1908∼1987). ‘시·서·화 삼절’로 불린 조선시대 궁중화가 소치 허련(1808∼1893)의 후손으로 어릴 적부터 그림에 뛰어났다. 1927년 목포상업전수학원을 졸업한 후 선전(鮮展)에 나가 14년간 연속 입선했다. 1944년 특선 및 총독상 수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55년에는 국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이 됐다.

남농의 작품은 화려한 색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먹의 순수함과 활달한 붓질로 생동감을 준다는 게 특징이다. 그의 산수화는 한국적인 서정성과 민족적 감수성이 스며들어 정감을 선사한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전통 수묵을 계승하는 작업으로 1983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되고, 이듬해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국제저명인사사전에 수록되기도 했다.

그의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이 29일부터 5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길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그래도 남농이다’라는 전시 제목은 한국미술에서 남농의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의미를 담았다. 전시를 기획한 세종화랑의 박정준 대표는 “당초 남농 탄생 100주년을 맞은 2008년에 열려고 했으나 작품을 수집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산수화와 병풍 등 대표작 40여점이 나왔다. 3m가 넘는 대작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사진)’와 ‘고림유심(古林幽深)’, 전남 진도 고향 섬들의 운치를 담은 ‘남해다도일우(南海多島一隅)’, 푸른 소나무의 웅장한 기상을 표현한 ‘청엽생생 철석심(靑葉生生 鐵石心)’ 등은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02-722-2211).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