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저는 수녀원에서 한 주간 혼자 머문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점심과 저녁 식사를 준비해주시던 수녀님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대화의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날, 약 1시간 정도 그 수녀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수녀님에게 물었습니다. “수녀님, 이곳에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입니까.”
저는 수녀님들의 일상생활에서 고독과 외로움이 가장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질문을 한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머문 곳은 ‘봉쇄 수녀원’으로 한번 들어가면 평생 밖으로 나오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예상과는 달리 수녀님은 “가장 힘든 것은 인간관계”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땅에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지 발생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관계는 쉽지 않습니다. 학교나 직장 등 어느 공동체에서든지 가장 힘든 것이 관계의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교회도 다를 바 없습니다. 이러한 관계의 어려움은 본문의 배경인 빌립보 교회 내에서도 있었습니다.
빌립보서 1장 15절에 보면 빌립보 교회 내에도 투기와 분쟁이 있었습니다. 또 바울이 오늘 본문 3절에서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라고 말한 것을 보면 빌립보 교인들 사이에서 자만심과 허영심이 꽤나 문제가 되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빌립보 교회의 모습을 볼 때 예나 지금이나, 초대교회나 요즘의 교회나 인간관계에서 동일한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남을 짓밟거나 깔보고, 속고 속이고 하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상처 받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잘 세워 갈 수 있습니까. 해답은 오늘 본문 5절에 나와 있습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사도 바울은 저와 여러분에게 예수님의 마음을 품으라고 당부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인간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를 돈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권력으로도 되지 않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인간관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어떤 분이십니까. 하나님과 동등하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자신을 하나님으로 동등하게 여기지 아니하시고 자신을 낮추셔서 사람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종의 모습으로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습니다. 자신이 앉아야 할 자리에 제자들을 앉히시고 오히려 허리를 굽혀 그들의 발을 씻기셨습니다. 또한 목숨을 많은 사람들의 대속물로 내놓으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신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와 영광과 특권들을 포기하시고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자신을 비우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인간관계가 아름답게 세워질 수 있는 비결은 예수님처럼 겸손한 마음을 품고 다른 사람을 섬기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말씀을 다시 한번 되뇌어 봅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김호권 목사(남양주 동부 광성교회)
[오늘의 설교] 그리스도인의 인간관계
입력 2015-04-30 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