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선명령 없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 이준석 세월호 선장 무기징역형

입력 2015-04-29 03:32
이준석 선장(왼쪽) 등 세월호 승무원들이 28일 오전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광주고등법원 법정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 항소심 재판부가 이준석(70) 선장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한 것은 승객들의 안위를 끝까지 책임져야 할 선장이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선장이 자신은 배에서 탈출하면서도 승객 퇴선명령조차 내리지 않은 것은 승객들을 죽이는 행위와 같다고 본 것이다.

광주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경환)는 “이 선장이 400여명의 승객이 익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기만 살겠다고 먼저 탈출했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퇴선 이후에도 이 선장은 승객구조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해경정의 선실로 들어가 버렸다”며 “심지어 진도에 있는 병원에서 신원이 밝혀질 때까지도 스스로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선장의 행태는 “마치 고층빌딩 화재 현장에 구조를 위해 출동한 소방대장이 빌딩 안의 승객 구조를 외면한 채 옥상의 구조 헬기를 타고 먼저 빠져나가는 행위나 야간 병원 응급실의 유일한 당직의사가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방치하고 병원에서 빠져나가는 행위에 견줄 만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 판결과 달리 몇 가지 상황을 근거로 승객 퇴선명령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첫째 선장과 선원들이 세월호를 탈출하는 순간에도 승객들에게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 당시 찍힌 영상의 음질을 개선해 항소심 증거로 제출했다.

둘째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면 해경이나 인근에 대기하던 구조세력에 대한 승객 구조 요청, 승객 퇴선 확인 등이 이뤄졌을 테지만 당시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셋째 재판부는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한 선장, 1등 항해사 등 승무원의 진술은 진실을 은폐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믿지 않았다. 대신 필리핀 가수와 퇴선방송 지시가 없었다고 털어놓은 3등 항해사 등의 진술에 신뢰를 뒀다.

마지막으로 사고 당시 2등 항해사가 “지금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만 일단 탈출을 시도하라고 일단 방송했는데…”라고 진도 VTS와 교신한 내용도 승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퇴선명령은 아니라고 규정했다.

재판부가 이 선장의 살인죄를 인정한 것은 세월호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부른 사건인 데다 선장으로서 있을 수 없는 행태에 대해 엄한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한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이 선장의 부작위가 명백한 살인죄가 되는지를 놓고 대법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재판부는 이 선장에게 막중한 권한에 따른 책임을 엄하게 묻는 대신 지휘감독을 받는 승무원들에 대해서는 형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세월호 침몰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대각도 조타’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판단을 보류하고 선체 인양 후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월호 침몰 당시 당직이었던 3등 항해사 박모(27·여)씨와 조타수 조모(57)씨에게 적용된 업무상과실 선박매몰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정확한 기계적 결함 여부도 선체를 인양한 뒤에 밝혀질 수 있다고 봤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