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방위지침 개정] 美, 독도 문제 日 편들 수도… 정부는 ‘의미 축소’에 급급

입력 2015-04-29 03:18

새 미·일 방위협력지침(방위지침)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개입 여지를 열어놓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 한·일이 독도를 놓고 군사적 갈등을 일으키면 일본의 군사적 위험에 공동 대처토록 돼 있는 미군이 일본을 편들고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정부는 “별 문제 없다”는 스탠스로 의미 축소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전작권 없는 한국, 미국의 자위대 요청 반대 힘들어=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미국이 행사하는 한국과 달리 미·일 새 방위지침은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일체화를 한층 공고화하고 있다. 따라서 만에 하나라도 한·일 간 군사적 분쟁 상황이 발생하면 한국군이 대처하기 힘들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작권을 가진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병력의 투입을 일본에 요청할 경우 전작권이 없는 한국이 이에 반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사시 미군 후방기지에 배치된 자위대 일부가 주일미군의 한반도 전시증원 계획에 따라 전쟁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도 커졌다. 자신들의 안보 이해와 직결된 북한과의 전쟁 시 미국 요청에 따라 주일미군 지원을 위해 한반도에 전투병력 등을 파병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앞으로 일본 자위대는 미군과 함께 평시나 전시에 한반도 공역뿐 아니라 한국군 해상 작전구역에서도 작전을 펼치는 등 미군을 등에 업고 한반도 공역과 해상 작전구역에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한 셈이다.

새 방위지침에 ‘도서(島嶼) 방위’ 조항이 포함된 것 역시 논란이다. 독도를 둘러싸고 한·일 간 군사 충돌이 벌어지면 미국의 역할이 애매모호해진다. 새 방위지침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서로 모순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정부, “우리 국익에 관련된 요구, 미·일이 충분히 반영”=정부는 28일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새 방위지침은) 그간 우리 정부가 한반도 안보, 우리 국익과 관련해 요구해온 바를 반영했다”며 “특히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서 제삼국 주권에 대한 완전한 존중을 명확히 한 데 주목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 합동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일본이 새 방위지침을 토대로 안보법제를 개정하고 군사작전 계획을 만들 때 우리 입장을 관철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일본이 미국한테 인정받은 ‘집단적 자위권’과 ‘미국과 제삼국이 공격받을 때의 개입 조항’을 놓고 우리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발상이다.

외교가에선 이번 개정을 한·일이 과거사 갈등으로 멀어지는 사이 미·일 신(新)밀월시대가 도래했음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바라보고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중 간 대결이 격화되고 미·일은 더 밀착하며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데 한국은 장기적 외교안보 전망도 없이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 시 한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항이 명문화되지 않아 우리 외교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창호 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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