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금호산업 인수 본입찰이 백지화됐다. 채권단이 사실상 유찰을 결정하면서 금호산업 재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재입찰 등 향후 움직임에 촉각을 세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금호산업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은 28일 저녁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열고 단독 입찰한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호반건설은 이날 오후 접수가 마감된 본입찰에 단독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다. 지난 2월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4곳은 응찰을 포기했다. 이에 금호산업의 새 주인 자리를 노리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과 되찾아 오려는 박 회장 간 양자대결 구도가 펼쳐질지 온종일 재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응찰가가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도는 6007억원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호반건설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000억원이 넘는다. 게다가 하나금융그룹은 호반건설에 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금호산업 채권단이 제시했던 적정 매각 가격은 9000억원+알파(α) 수준이다.
호반건설의 응찰액을 확인한 재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박 회장이 6000억원대의 자금은 충분히 모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본인 자금으로만 2000억원 정도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고, 여기에 2003년 금호타이어 매각 당시 ‘백기사’로 나섰던 군인공제회나 사돈 기업인 대상그룹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설 가능성이 거론됐다.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출한 응찰액 이상의 금액만 제시하면 된다.
채권단은 다음 달 전체회의를 통해 유찰을 최종 확정하고, 향후 매각 추진 일정을 다시 잡을 계획이다. 유찰을 확정한 후 재입찰 절차를 거치는 방안과 박 회장에게 바로 매수 기회를 주는 방안 등이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측은 “재입찰과 유찰 여부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결의를 통해 확정된다”며 “구체적인 일정은 매각 주간사와 협의해서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산업은 표면적으로는 2014년 시공능력 평가에서 20위에 오른 중견 건설업체다. 그러나 진짜 가치는 지분 관계에 숨어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가진 최대주주다. 금호산업을 가져오면 우리나라 제2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이 따라온다는 의미다. 아울러 저비용 항공사 에어부산의 지분 46.00%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지분율 100%) 금호사옥(79.90%) 아시아나개발(100%) 아시아나IDT(100%)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금호산업을 놓치면 금호타이어 하나만 남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실상 공중분해되는 상황이어서 재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원점으로 돌아간 금호산업 인수전… 채권단, 호반건설 사실상 유찰 결정
입력 2015-04-29 0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