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檢 “범죄단서도 없는데…” 난감… 朴 대통령 ‘특사 수사’ 언급

입력 2015-04-29 02:41
가뜩이나 갈길 바쁜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두 차례 특별사면 의혹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언급해서다. 검찰은 뚜렷한 범죄단서도 없는 상황에서 무수히 제기되는 의혹을 해소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청와대의 ‘수사 가이드라인’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28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성 전 회장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 문제도 제대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2004년 8월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고, 이듬해 5월 석가탄신일에 특별사면을 받았다. 2007년 행담도 개발 관련 배임증재 혐의로 다시 집행유예형이 선고됐지만 12월 31일 두 번째 특별사면을 받았다. 모두 노무현정부 시절 이뤄진 것으로 정치권은 연일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지금껏 ‘특별사면 수사’에 대해 선을 그어왔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통상 있는 일은 아니지만 현 단계에서 수사 대상은 아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의 사면권 자체를 수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수사를 했던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사면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로비에 수사범위가 국한될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사면에 힘써주겠다며 돈 뜯어간 브로커,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2년 대검 중앙수사부는 동료 의원 사면로비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박양수 전 민주당 의원을 기소해 유죄를 받아냈다. 검찰은 2007년 6월 최재천(무소속) 의원이 광복절 특별사면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리스트에 기초한 수사지만 리스트에 한정된 수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수사 착수 여지는 남겨뒀지만 ‘범죄단서가 있으면 수사한다’는 원론적 입장에 가깝다. 게다가 사면로비와 관련해 뚜렷하게 드러난 단서는 아직 없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사면에도 문제가 있다는 게 확인이 되면 당연히 수사할 텐데 이런 식으로 수사팀에 간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단서를 입수해 형사처벌을 전제로 수사하는 기관이지 정치권 의혹을 해소해주는 ‘심부름센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벌써 수사력 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 동선을 복원하고, 인멸된 관련 증거들을 찾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다. 수사에 착수한다 해도 야권에서 ‘물타기’ 가이드라인을 따랐다는 비난이 제기될 게 뻔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현수 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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