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영장 기각… 檢 “유전 불구속 무전 구속” 반발

입력 2015-04-29 02:22
“‘유전(有錢)불구속, 무전(無錢)구속’(부자는 불구속, 가난하면 구속)이라는 말이 생길까 우려된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28일 이렇게 반발하며 동국제강 장세주(62)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방침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3시쯤 검찰이 청구한 장 회장 영장을 기각했다. “일부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회삿돈을 빼돌려 미국에서 원정도박을 한 혐의까지 있는 장 회장의 영장 기각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과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가 장 회장을 변호한 점도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이 ‘유전불구속’이라며 법원을 비판한 이유는 구속영장 기각 사유 가운데 장 회장이 국내 횡령액을 변제한 사실도 포함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장 회장은 영장실질심사 5시간 전에 피해금 변제 차원에서 105억원을 회사 법인계좌에 무통장입금했다. 하룻밤 새 105억원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의문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갑자기 나타난 105억원의 출처에 ‘퀘스천 마크(물음표)’를 달고 있다”고 했다.

장 회장 구속영장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카지노에서 판돈 86억원을 걸고 도박을 한 혐의도 적시돼 있었다. 장 회장의 도박자금으로 쓰인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은 동국인터내셔널 계좌로 빼돌린 동국제강 본사의 회삿돈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장 회장은) 카지노 VIP룸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디파짓(보증금)을 보냈다”며 “이 돈만 따져도 최소한 800만 달러로 계산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이 미국 내에서 카지노 측이 제공한 전세기를 타고 다녔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 과정에서 장 회장이 증거인멸을 시도한 부분을 간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핵심 참고인들에게 전화연락을 하고 통화내역을 삭제토록 지시한 부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