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공세에 ‘반격카드’, 정국 혼란 불가피… 朴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입장 표명과 파장

입력 2015-04-29 02:28

‘와병’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재보선 전날인 28일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철저한 의혹 해소와 함께 정치개혁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두 차례 특별사면에 대한 문제를 본격 제기하는 ‘대야(對野) 반격 카드’도 처음 꺼내들었다. 당초 이완구 총리 사퇴에 따른 유감 표명 등 정국 추스르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한층 강경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 메시지에 대해 야당은 극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성완종 파문에서 비롯된 현재 정국은 진화는커녕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사 문제제기 카드로 정국 대응?=박 대통령은 성 전 회장이 참여정부 시절 두 차례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받은 점을 문제삼았다. 특히 성 전 회장 사면 경위에 대해 ‘국민의 납득이 어렵고 법치가 훼손됐다’ ‘궁극적으로 나라경제도 어지럽혔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의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파문의 근원지가 성 회장과 정치권의 유착 고리, 이에 따른 특혜성 사면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 문제를 처음으로 거론하고 철저한 진실 규명도 강조함에 따라 이번 수사는 성완종 리스트에만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성 전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말 특사를 받은 상황인 만큼 수사를 통해 경위를 확실히 밝히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또 박 대통령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다시 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사면관(觀)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사면은 예외적으로 특별하고 국가가 구제해줄 필요가 있는 상황이 있을 때만 행사돼야 하고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특히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인 특사는 더욱 제한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지론과 함께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도 언급해 관련 논의가 활성화될지 주목된다.

◇검찰 수사 후 여야 합의 전제로 특검=박 대통령은 이번 의혹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서라면 특검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다만 ‘선(先) 검찰 수사, 후(後) 특검’ 원칙도 강조했다.

우선 박 대통령은 “부패에 대해서는 국민적 용납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한번 검찰에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했다. 성 전 회장이 오래전부터 정치권과 많은 교류를 했던 만큼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정치권의 부패 구조와 금품수수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특검 수용의 전제조건으로 ‘국민적 의혹’과 ‘여야 합의’를 내걸었다. 검찰 수사가 미진하고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 특검을 당연히 수용하겠지만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의 정치공세 성격이 짙은 특검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담겨 있다.

◇총리 사표 수리 다음날 메시지 전격 천명=박 대통령은 이 전 총리 사표 수리 다음날 대국민 메시지를 전격 발표했다. 이는 여권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 정치인들이 대거 의혹에 휘말린 데다 총리까지 사퇴하는 등 국정 운영의 동력이 크게 약화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현 국면을 최대한 빨리 수습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재보선 전날이어서 야당의 공격이 예상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더 이상 입장 발표를 늦출 경우 불필요한 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대통령은 이 전 총리 사표 수리를 언급하면서 사과 대신 “국민께 심려를 끼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 의혹만 무성하고 검찰 수사 역시 끝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대통령의 사과는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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