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의 일정담당 비서에게 29일 출석을 통보하면서 두 사람의 검찰 출두 역시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른바 ‘비밀장부’가 확보되지 않더라도 이미 확보한 기초 증거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기소가 가능하다는 게 수사팀 판단이다.
수사팀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 전 총리에게 3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성 전 회장의 측근 조사를 사실상 마쳤다. 성 전 회장이 2013년 4월 4일 3000만원을 들고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로 찾아가 이 전 총리를 만나는 과정의 동선은 어느 정도 복원됐다는 뜻이다. 27일과 28일 연속 소환된 경남기업 정모(47) 인사총무팀장은 검찰에서 “회장님이 당일 5만원 다발을 봉투에 넣어 간 것으로 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이 선거사무소를 방문할 때 동행했던 수행비서 금모(34)씨, 운전기사 여모(41)씨도 그간 1∼2차례 조사에서 3000만원 전달 정황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했다. 다만 이 전 총리가 문제의 3000만원을 직접 수령하는 순간을 목격한 인물을 찾지 못해 이를 보완할 물적·인적 증거 수집에 집중하고 있다. 29일부터 시작되는 이 전 총리 선거캠프 관련자 조사 결과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수사팀은 홍 지사의 1억원 수수 의혹과 관련한 주변인 수사를 상당 부분 진척시켰다. 성 전 회장이 홍 지사에게 2011년 6월 1억원을 건넨 사실을 재확인하는 자리에 동석했던 경남기업 박준호(49) 전 상무와 이용기(43) 부장은 이미 조사를 받고 구속됐다. 이들은 성 전 회장이 돈 심부름을 한 것으로 지목한 윤승모(52) 전 부사장을 지난 7일에 찾아가 관련 대화를 나눌 때 함께 있었다. 수사팀은 최근 암 투병 중인 윤 전 부사장을 외부에서 만나 돈 전달 경위에 대해 전반적 조사를 했다. 조만간 정식 소환할 계획이다. 윤 전 부사장은 “홍 지사에게 현금 1억원을 건넸다. 배달사고는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특히 윤 전 부사장이 단순히 1억원 전달자 역할만 한 것이 아니라 자금 조성단계부터 사후 확인까지 깊숙하게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남긴 56자 ‘금품 메모’와 육성 파일을 기초 증거로 삼고 그간 확보한 관련자 진술을 더해 ‘스토리’를 구성하면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의 ‘알리바이’를 깰 만한 준비가 충분히 됐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소환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사건 관련자들의 기억의 틈을 메우는 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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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9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