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수가제 존폐, 관련단체 입장 팽팽… 장기전으로 돌입하나

입력 2015-05-04 02:33

보건복지부가 의원급 의료기관에 적용되고 있는 진찰료 차등수가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관련 단체 간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의료계가 최근 수가협상 등을 이유로 5월 이후 관련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자칫 차등수가제 폐지 논의가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진찰료 차등수가제란 특정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의사 1인당 1일 평균 진찰 횟수를 기준으로 진찰료를 75건 이하 100%, 76∼100건 90%, 101∼150건 75%, 150건 초과 50%를 차등 지급하는 제도로 2001년 7월부터 도입됐다.

그러나 이 제도는 200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서 ‘도입 당시 목적인 의료의 질을 높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성적표를 받은 이후 줄곧 의료계의 폐지 압력을 받아왔다. 이후 지난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국회보건복지위원회 박윤옥 의원(새누리당)이 차등수가제를 현실성 없는 제도이자 동네의원을 죽이는 적폐로 규정하고 폐지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했다.

◇차등수가제 존폐 논란 본격화…입장 따라 의견은 분분=우선 정부는 차등수가제 폐지에 무게 중심을 두고, 대신 병원급까지 의사 1인당 횟수 또는 구간별 진료시간을 공개하자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차등수가제 폐지와 관련 그동안 지속적으로 국회 등의 지적을 받은 데다 의료의 질을 높인다는 당초 목적도 근거가 없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는 점을 감안해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다만 차등수가제 도입 취지와 국민 알권리 및 정보제공 차원에서라도 의사 1인당 진료시간은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차등수가제 폐지 문제는 그동안 국회와 의협 등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 따라 이를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현재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라며 “다만 차등수가제 도입 취지 자체는 유지하기 위해 횟수나 구간별 의사 1인당 진료시간 공개는 해야 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차등수가제의 조건 없는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진료시간 공개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차등수가제 도입 당시 5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이를 계속 운영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폐지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밝히고 있다.

강청희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차등수가제는 당초 제도 도입 취지였던 건강보험 재정 안정 등이 이미 이뤄졌고 공정경쟁을 규제하는 게 맞는지도 의문스러운 제도로 철폐하는 게 맞다”며 “복지부가 의사 1인당 구간별 진료시간을 공개하자고 하는데 이는 차등수가제와 별개로 논의돼야 할 문제이지 함께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시민모임 등 건강보험 가입자 측은 차등수가제 폐지 반대는 물론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그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또한 진료시간 공개도 이와는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 “본격 논의는 수가협상 이후에”…장기전 우려=복지부는 지난달 23일 차등수가제 폐지와 관련해 ‘공급자 및 가입자 단체 확대 간담회’를 열어 각각의 의견을 청취한 데 이어, 이날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지난달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 이를 보고 안건으로 상정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5월 중 진행될 수가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차등수가제 관련 논의를 수가협상 이후로 미루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자칫 장기전까지 예고되고 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수가협상 문제는 차등수가제와는 별개의 문제로, 이를 연계시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일부에서 그런 우려가 나올수 있지만 공식적으로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게 의협의 공식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차등수가제 문제는 건정심에서 의결이 돼야 하는 사안으로 건정심의 논의 결과를 지켜봐야 향후 일정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이 잡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호 기자 epi0212@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