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약하지만 곳곳서 긍정적 신호… 경기, 앞으로 두 달이 분수령 될 것”

입력 2015-04-29 02:51

원·엔 환율이 900원 선을 무너뜨리고 800원대로 떨어졌다. 급격한 엔화가치 하락은 우리 경제의 회복 제약 요인으로 꼽히지만 통화 당국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두 달이 향후 회복세 지속 여부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선 원·엔 재정환율이 오전 9시1분 개장 직후 898.22원을 기록해 900원 선이 붕괴됐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장 마감 시간인 오후 3시 898.56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원·엔 환율은 지난 23일 서울외환시장 개장 전 900원 선 아래로 떨어져 장중 900원 선 붕괴도 예정된 수순이었다. 장중 900원 선 붕괴는 7년2개월 만이다. 종가 기준으로도 역시 7년2개월 만에 최저치다.

월말 수출업체의 달러화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달러화 공급이 늘어났고 외국인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 이후 당국의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따른 경계감이 약화한 것도 원화의 상대적 강세 배경이 됐다. 시장에선 당분간 원·엔 환율 하락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날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19엔 초반대를 기록하며 보합권에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엔저가 특별히 더 심화되지 않았음에도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하면서 원·엔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1070.0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3.0원 내렸다. 원화가 달러화에 비해 강세를 나타내면서 엔화와 비교한 상대가치도 덩달아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통화 당국은 우리 경제가 개선 흐름을 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우리 경제에 미약하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2분기의 경기 흐름이 앞으로 회복세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제회의에 가보면 참석자들은 한국경제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며 “무디스가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심리가 나아지고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8%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경제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엔화 약세와 중국경제의 성장둔화 등 대외 리스크가 수출을 통해서 우리 경제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주는 회복 제약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