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당 수천억원… 美 대선은 지상 최대 돈 잔치

입력 2015-04-29 02:47

2016 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선거자금 모금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일부 후보들은 대권도전 선언도 하지 않았지만 최근 1∼2주 사이에 수백억원대 선거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개인별 모금액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슈퍼팩(SuperPAC)이 활개를 치면서 내년 대선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돈 잔치가 벌어질 것으로 신문은 우려했다.

모금 경쟁은 당내 주자가 난립한 공화당이 주도하고 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최근 몇 주 사이에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경쟁자를 압도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며 모금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시 캠프에서는 다음 달 말까지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시 전 지사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1조원을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액수’의 모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부시 전 지사와 함께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최근 2주 사이에 200억원대의 선거자금을 모금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또 100억원대의 기부를 약속한 후원자를 확보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불과 1주일 만에 330억원의 거액을 모금했고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도 비슷한 수준의 모금액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단기간에 거액의 선거자금이 들어오는 데는 뭉칫돈을 내놓는 데 주저하지 않는 갑부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갑부들은 수백억원의 거액을 요트 1대 값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요트는 내년에 사지 뭐’라며 선뜻 선거자금으로 내놓는 갑부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슈퍼리치들의 거액 기부가 소액 기부자들을 위축시키고 특혜와 비리를 방조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최근 선거자금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서한을 지닌 우체국 직원이 1인용 경량헬기를 몰고 미 의사당으로 돌진하는 일이 생겨날 정도다.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유력시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런 여론을 의식해 “정치자금 제도개선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 이미 그녀의 후원단체인 ‘레디포힐러리(Ready for Hillary)’는 수백억원대의 선거자금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레디팩(Ready PAC)’으로 이름을 바꾼 이 단체는 사실상 클린턴 전 장관의 슈퍼팩 역할을 하고 있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