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의 무책임한 행위로 꽃다운 나이에 꿈도 펼치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학생들, 생때같은 아이들을 가슴에 품고 분노에 신음하는 부모들,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팽목항을 맴도는 실종자 가족과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생존자들….”
28일 오전 광주고법 201호 법정에서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을 향해 판결문을 낭독하던 서경환 부장판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복받친 감정으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서 판사의 어깨가 들썩였다. 다시 법복의 매무새를 가다듬고 헛기침을 한 서 판사는 원고를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읽어 내려갔다.
“우리 사회에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엄중한 형사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준석 선장의 형을 사회와 영구히 격리시키는 무기징역형으로 정한다.”
하지만 피고인 각자에 대한 주문 낭독과 함께 30여분 만에 재판이 마무리되자 법정은 한동안 술렁였다. 피해자 가족들 사이에선 1심 선고 때처럼 욕설은 거의 없었지만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 선장에게 살인죄가 인정됐지만 나머지 승무원들의 형량이 대폭 감형됐기 때문이다. 피해자 가족들은 법정을 빠져나가며 “차라리 다 풀어줘라” “장난하느냐”고 분노를 쏟아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살인죄 인정은 당연하지만 1심에 비해 형이 2분의1, 3분의 1로 감형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가족 30여명은 광주고법 현관 앞 계단에서 1시간여 동안 침묵시위를 하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광주고법 201호 재판이 생중계된 수원지법 안산지원 중계법정을 찾은 유가족들도 승무원들에 대한 감형 선고가 이어질 때마다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다른 승무원들도 선장과 똑같이 아이들을 배에 남겨두고 도망치지 않았느냐”고 탄식했다.광주=장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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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운 나이에 꿈도 못 펼치고…” 세월호 이준석 선장 판결문 읽던 재판장도 울먹
입력 2015-04-29 03:36 수정 2015-04-29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