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내하청의 또 다른 이유가 ‘위험의 外注化’였나

입력 2015-04-29 02:30
조선·자동차·화학 등 대기업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가 공식 집계된 수치의 평균 23배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산재 위험이 높은 6개 업종 16개 대기업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의 2011∼2013년 건강보험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추정 산업재해율은 7.168%로 공식 재해율 0.309%의 23배에 이른다.

이런 분석은 2014년 3월 울산지역 노조가 실시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조사에 응한 노동자 중 지난 3년간 업무상 재해나 질병을 산재로 처리한 사람은 응답자의 3.75%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50%는 개인 처리를, 43%는 공상으로 처리했다고 답했다. 현대중공업은 하청 노동자의 추정 재해율이 공식 재해율의 42배인 14.358%로 조사 대상 원청업체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에서 사내하청 근로자 13명이 숨졌지만 직영 근로자 사망은 없었다.

문제는 조선업계 등이 위험한 일자리를 사내하청 업체에 집중적으로 떠맡기는 ‘위험의 외주화’를 일삼고 있다는 데 있다. 한국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2013년 현대중공업 계열 조선·해양 3사의 기능직 사내하청 노동자는 전체 기능직 노동자의 약 80%에 이른다.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특성상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게다가 하청업체를 1년마다 바꿀 때 산재 발생 건수를 업체 평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하청업체는 이를 극구 감추려 한다.

현행법상 산재 은폐가 들통나더라도 최대 1500만원의 과태료만 내면 된다. 일벌백계는 이럴 때 적용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조선·철강·화학·자동차 등 고위험 업종 원청업체의 산재 통계에 건설업의 경우처럼 하청업체 재해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 업종에서 유해·위험 업무는 사내하청을 금지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