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양적 확장기를 지나 정체기에 진입했다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기술개발과 환율 변화 등 특별한 계기가 없을 경우 정체기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려는 글로벌 판매 800만대를 돌파(800만5152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부터 나왔다. 800만대를 넘어서며 세계 빅5 자동차 회사가 됐지만, 이면에는 수익성 악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2% 줄어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도 8.5%로 2011년 이후 4년 만에 8%대로 떨어졌다. 올 1분기 성적은 더 악화됐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8.1%, 30.5% 급감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현대차가 7.6%, 기아차가 4.6%로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1.4% 포인트, 1.6% 포인트 떨어졌다. 현대·기아차의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3.2% 감소한 193만대를 기록했다. 판매량은 유지되고 있지만, 영업이익 감소가 뚜렷한 흐름이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면 현대·기아차가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인 820만대(현대차 505만대+기아차 315만대)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판매목표는 달성하더라도 이익은 감소하는 경향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기아차는 1분기 실적 부진 이유로 유로화 및 신흥국 통화 약세, 엔저 현상으로 인한 일본차와의 경쟁 심화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의 통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들의 분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28일 “외부 조건이 좋지 않은데다 몇 년간 구조조정과 기술개발을 통해 체력을 키운 폭스바겐 도요타 GM 등 주요 경쟁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내실을 다지며 미래를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오랜 기간 동안 계속된 현대·기아차와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 간 연구·개발(R&D) 비용의 격차는 결국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신기술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현대·기아차의 신차 중에 빅히트한 제품이 없는 것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국내 자동차부품 업계의 영업이익률이 3% 밑으로 떨어지는 등 국내 자동차 업계가 내부로부터 위기를 맞고 있다”며 “현대·기아차의 침체기가 5년 정도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 그룹은 지난해 15조2882억원을 R&D에 쏟아 부었다. 현대·기아차의 4.5배(3조3988억원)에 달하는 수치다. GM과 도요타 역시 매년 현대·기아차보다 2배 이상의 R&D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신차 효과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출시됐던 쏘렌토와 쏘나타 하이브리드, 올해 출시된 올 뉴 투싼 등은 순조로운 판매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슬란, K9, 엑센트 디젤, 신형 벨로스터, i40 등 현대·기아차가 야심작으로 내놓았던 차들의 판매는 기대만큼 좋지 못했다. 다만 올 하반기에 신형 아반떼,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신형 에쿠스, 신형 K5와 신형 스포티지 등 현대·기아차의 주력 모델들이 잇달아 출시되는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현대차, 환율 돌부리에… 정체기 터널 진입했나
입력 2015-04-29 03:44 수정 2015-04-29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