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방송인 김나영이 27일 갑작스레 결혼을 발표하고 결혼식까지 올렸습니다. 연예인인 그가 결혼식을 하루 전까지 비밀에 부칠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작은 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김나영은 제주도에서 치른 결혼식에 가족과 친구 10여명만 초대했습니다. 말 그대로 아담한 결혼식이었습니다. 결혼사진은 SNS에 올렸습니다. 드레스 대신 편안해 보이는 흰색 원피스를 입고 국산 경차 웨딩카를 탔죠. 김나영은 “대학시절부터 줄곧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의미 있는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가수 이효리도 2년 전 가을 제주도에서 동료 가수 이상순과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1년 뒤 사진으로 공개된 결혼식은 로맨틱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이효리는 “30분 만에 누가 왔는지 얼굴도 모르고 끝나는 결혼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가수 부부인 조정치와 정인은 그해 겨울 지리산 정상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등산복을 입은 채 간단히 면사포를 쓰고 인증 사진만 남긴 둘은 결혼문화의 허례허식을 산산이 깼습니다.
그런데 돈이 덜 드는 ‘작은 결혼식’은 사실 아무나 따라 하지 못합니다. 아이러니하게 느껴지지만 내 결혼식이라고 생각하면 금세 고개가 끄덕여질 겁니다. 한국에서 결혼식은 부모님과 내가 그동안 뿌린 축의금을 돌려받는 날이기 때문이죠.
햇볕이 잘 드는 야외 마당에서 지인만 모셔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듯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아마 세상 모든 미혼자의 로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작은 결혼식’을 선택하려면 ‘축의금’이라는 어마어마한 기회비용을 감내해야 합니다.
김나영 제주도 결혼식 기사에 달린 한 기혼자 여성의 푸념을 옮겨봅니다.
‘모르는 하객들 틈에서 하는 결혼 말고 나도 지인 10∼20명만 모시고 예쁜 숲에서 즐거운 결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현실 속 결혼은 부모님과 제가 축의금을 회수하는 날이죠.’
네티즌은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저도 축의금 때문에 그러지 못해요’ ‘경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누가 감히 그런 결정을 하겠어요’라는 한탄이었죠. 내 결혼식조차 마음대로 선택하지 못하는 이 시대의 젊은 세대가 참 서글픕니다.
그래도 결혼을 하면 다행입니다. 지난해 혼인율은 통계청 집계 사상 가장 낮았습니다. ‘그래도 너희는 결혼이란 걸 결심할 수 있잖아’라는 댓글이 취업·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삼포 세대’의 진짜 심정은 아닐까요.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연예인 ‘소박한 결혼식’ 부럽지만 그동안 뿌린 내 축의금은 어쩌고…
입력 2015-04-29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