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가짜 백수오’ 진실게임

입력 2015-04-29 02:10

바이오 벤처업체 내츄럴엔도텍은 코스닥의 대표적 기업이다. 갱년기 증상 개선용 신소재를 개발해 백수오(白首烏) 등 복합추출물과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국내 자생식물 은조롱의 뿌리인 백수오는 자양 강장 보혈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제품이 중장년층 여성에게 인기를 끌면서 이 업체는 1주일 전(21일)만 해도 기세등등했다. 1년 전 3만원대였던 주가는 8만원대까지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1조6743억원. 코스닥 순위 9위였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이 22일 발표한 ‘가짜 백수오’ 파문으로 내츄럴엔도텍은 직격탄을 맞았다. 주가는 22∼27일 4거래일 연속 하한가로 거의 반 토막 났다. 시가총액도 8778억원으로 떨어지며 코스닥 순위 24위로 밀려났다. 주가 방어를 위한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조치로 28일 주가가 하한가를 탈출하며 반등하긴 했으나 향후 어디로 튈지는 미지수다.

‘가짜 백수오’를 둘러싸고 양측의 진실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 중인 32개 백수오 제품에 대한 유전자 검사 결과, 실제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단 3개(9.4%)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90%는 가짜라는 것. 반면 내츄럴엔도텍은 100% 진품 백수오만을 사용한다고 반박했다. 소비자원의 시료 채취 절차와 검사 방식 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진위를 가릴 식품의약품안전처 재조사 결과는 이르면 29일 발표된다. 어느 한쪽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공공기관 신뢰도와 기업 명운이 걸려 있다. 근데 결과가 나오더라도 양측은 끝까지 갈 것 같다. 이미 업체가 소비자원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고, 소비자원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국민 건강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검찰이 신속히 움직여 결론을 내주는 게 낫겠다. 그나저나 요즘 검찰이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게 참 많아졌으니….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