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관광지 해미읍성은 조선 태종 18년인 1417년부터 성종 22년인 1491년까지 왜구로부터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축성됐다. 높이 5m, 성곽둘레 1.8㎞로 우리나라 읍성 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돼 있다. 230여년 간 충청병마도절제사의 영(사령부)이 자리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1579년(선조 12년) 35세의 나이로 훈련원 교관으로 부임해 전라도로 전임될 때까지 10개월간 근무했다.
성벽에는 청주, 공주 등 고을명이 있다. 읍성 축성 당시 각 고을별로 정해진 구간을 맡도록 함으로써 성벽이 무너질 경우 그 구간의 고을이 책임지도록 한 ‘공사 실명제’인 셈이다.
조선시대 500년의 역사와 함께 매주 토요일 다채로운 전통문화공연 등 색다른 볼거리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읍성 내 광장에서는 줄타기, 전통무예, 풍물, 땅재주 등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공연뿐 아니라 박첨지놀이와 해미농악단 공연 등 서산의 전통문화를 느껴 볼 수 있는 공연도 열린다.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된다. 정문 격인 진남문에서는 ‘수문장 근무 시연’이 진행된다. 민속가옥에서는 죽공예와 짚풀공예 등 선조의 옛 생활상이 펼쳐지고 다듬이질 소리도 정겹게 들린다. 민속놀이 체험장에서는 굴렁쇠 굴리기, 투호놀이 등을 즐길 수 있다. 농특산물 직거래장터를 찾으면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채소류와 잡곡류, 화훼류, 농산물 가공품 등을 시중가보다 10∼2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서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임에도 불구하고 입장료는 무료다.
동헌·내아 등을 들여다본 뒤 서벽 근처의 소나무숲도 둘러볼 만하다. 솔숲 사이 길을 지나 서벽 위를 걷노라면 아군만 알고 드나드는 비밀의 문인 암문도 만날 수 있다. 이순신 장군도 한 번쯤 드나들었음 직하다.
해미읍성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신록과 봄꽃들이 향연을 펼치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 용유지(龍遊池)다. 표지석에 ‘용유지’라고 음각돼 있지만 ‘용비지’란 이름이 더 흔하게 쓰인다. 이른 봄 풍경만 놓고 보자면 손가락으로 꼽을 만하다. 둥글고 얕은 구릉들이 사위를 감싸고 늦바람 난 벚꽃이 주변을 에두른다.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와 편백나무들은 수직 세상을 펼쳐 놓는다.
용유지는 서산목장(농협 가축개량사업소) 안에 있다. 강원도 횡계의 대관령 목장을 닮은 이국적인 구릉지대에 조성돼 있다. 647번 지방도를 가운데 두고 동서로 물결치는 서산목장은 여의도 면적의 4배인 340만평. 1969년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조선시대 12진산(鎭山)의 하나였던 상왕산(307m)의 울창한 숲을 베어내고 만들었다. 목장길을 따라 수령 30년의 벚나무 1000여 그루가 초록색 목초밭을 배경으로 500m가량의 벚꽃터널을 이룬다. 아침햇살을 등에 업은 황금빛 소떼가 ‘한국의 알프스’로 산책을 떠나는 멋진 풍광도 만날 수 있다. 다만 구제역이 돌 때면 목장은커녕 마을 입구에도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다.
서산의 북쪽 관문인 대산읍 화곡리 삼길포항에서는 어촌의 삶이 펄떡인다. 밤에는 대산공단이 화려한 야경을 뽐낸다. 바다를 지키는 빨간 등대는 아름다운 풍경화의 일부다. 옆으로는 7.8㎞로 길게 이어진 대호방조제가 있다. 대산항 주변에는 몽돌 해변과 코끼리 바위가 있는 황금산을 비롯해 송림과 기암괴석이 일품인 팔봉산뿐 아니라 서해와 서산시가 한 눈에 보이는 가야산도 있다.
서산에는 ‘우리 마을 녹색길 베스트10’에 선정된 ‘서산 아라메길’이 있다. 바다의 고유어인 ‘아라’와 산의 우리말인 ‘메’를 합친 말이다. 바다와 산이 만나는 서산 지역 특성을 잘 반영한 친환경 트레킹 코스다. 5개 코스로 총연장이 무려 88㎞나 된다. 풍부한 역사문화 유적과 다양한 생태체험이 가능하다. 아라메길에서는 발걸음이 처음 가는 곳이 시작이고 멈추는 곳이 종점이다. 서산=글·사진 남호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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