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의 엄중한 책무 많은 생각… 금품의혹, 오늘은 여백을 남기겠다”

입력 2015-04-28 18:08
이완구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청사를 떠나고 있다. 구성찬 기자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휩싸여 검찰 소환을 눈앞에 둔 이완구 국무총리는 27일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사표가 수리되자 즉시 이임식을 가졌다. 초췌하고 굳은 이 총리의 표정에는 ‘실세 총리’에서 하루아침에 ‘일개 국회의원’ 신분으로 돌아가는 착잡한 심정이 묻어났다. 청사를 떠나는 그의 눈에는 잠시 눈물이 비쳤다.

최근 감당할 수 없는 정신적 피로 때문에 병원 치료까지 받기도 했던 이 총리는 오후 6시를 넘겨 정부서울청사에 와서 이임식을 가졌다. 그는 이임사를 통해 “지난 2월 17일 취임하면서 국민의 뜻을 받들며 국민과 함께 일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며 “짧은 기간 최선을 다했으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무척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해야 할 일들을 남겨두고 가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 총리직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다시 한번 이 총리는 “그간 최근의 일(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제기한 3000만원 수수 의혹)과 관련해 공인으로서의 엄중한 책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했다. 잠시 상념에 잠긴 듯하던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오늘은 여백을 남기겠다”고 말을 맺었다.

이 총리는 이미 박 대통령이 귀국하기 전 이임사를 미리 써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직을 내려놓을 준비를 다 갖췄던 셈이다.

이 총리는 이임식을 마친 직후 곧바로 서울시내 모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으며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의표명 당일인 지난 20일 평소보다 이른 시간인 오후 5시쯤 집무실에서 나와 병원으로 갔다가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밀 진단을 받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피로 누적이 원인인데 병력이 있기 때문에 정밀하게 검사할지 (이 총리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임하자마자 입원할 경우 검찰 수사를 피하려는 ‘꼼수’란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걱정이다. 이 총리는 2012∼2013년 혈액암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판정을 받아 투병한 적이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