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에도 계속되는 일련의 여진은 주민들의 귀가뿐 아니라 구조 활동도 어렵게 했다. 군·경 등 구조인력에 더해 생존자와 매몰된 이들의 가족까지 함께 매달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구조 과정이 계속됐다.
특히 피해 사실이 많이 노출된 수도 카트만두와 달리 아직 구체적인 피해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지역의 피해 규모가 집계될 경우 전체 피해 규모와 구조 양상을 뒤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특히 이번 지진의 진앙인 네팔 고르카 지역의 피해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교통이 좋지 않고 그나마 있던 길도 강진으로 훼손되면서 인력과 장비 수급에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고르카 지역의 고위 당국자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통화에서 “구조 헬기 두 대를 통해 확인한 결과 223명의 사망이 확인됐으나 이는 분명히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택 절반과 학교가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카트만두 인근은 구조대의 손길이 닿긴 하지만 인력과 물자가 부족해 진척이 더디기는 마찬가지다. 네팔 경찰의 카말 싱 밤 대변인은 “구조장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구조 활동은 매우 더딜 수밖에 없다”면서 “사망자는 매우 많고 심지어 더 많아질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길거리나 임시 천막에서 밤을 보낸 네팔 주민 수천명은 여진의 공포로 수도 카트만두를 떠나기 시작했다는 외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많은 구조 인력들이 보호 장비와 열 감지기도 부족한 열악한 실정에 맨손으로라도 ‘꼭 찾아내겠다’는 의지로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종종 필사적인 수색 끝에 한 장교가 폐허 더미 위로 구조된 한 남성을 들어올리고 이를 지켜보는 군중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보통은 사망자인 경우가 더 많다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
카트만두 인근 유적도시 박타푸르의 경찰 책임자인 시암 아디카리는 “좁은 골목의 경우 여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크레인도 불도저도 굴착기도 마음 놓고 사용하지 못한다”며 “일단 기사들조차 지진 이후에는 붕괴를 우려해 이런 곳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건물과 가옥이 무너지고 도로, 다리 등이 붕괴되면서 국가기간시설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사적 규모의 재난이 덮치면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개발도상국 중 하나인 네팔 정부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미 네팔 내 많은 지역에서 전력이 나가고, 심지어 수도인 카트만두에서조차 전력난이 일상화되면서 이재민들의 상황은 더욱 비참해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재민이 660만명에 달하면서 네팔 정부는 휴교령을 향후 최소 5일간 유지한다고 밝혔으나 그 기간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비 내리는 날씨에도 집이 아닌 거리로 나서는 이재민들은 정전으로 어두워진 길 위에서 추위와 무력감에 지쳐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외국인들은 귀국길에 오르는 대신에 네팔에 남아 구조활동에 나서는 등 인류애를 발휘하고 있어 현지인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구조현장이나 병원 등에서 구조나 응급처치 등을 돕고 있다. 1급 구호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포르투갈 여행자 헬리 카마린하는 “병원에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와서 돕기로 했다”면서 “청소든, 환자 이송이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산악인들도 귀국을 포기하고 구조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트만두=강창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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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네팔 대지진] 실낱같은 희망으로 애타는 수색… 장비 턱없이 부족
입력 2015-04-28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