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네팔 대지진] 네팔 경제 흔들… 재건 비용 5조3000억원 추정

입력 2015-04-28 03:08 수정 2015-04-28 19:41
네팔을 덮친 규모 7.8의 강진은 가뜩이나 취약한 네팔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4000명 가까운 희생자를 낳은 이번 지진으로 수도 카트만두를 비롯해 곳곳의 건물이 내려앉고 도로망과 송전선이 끊겼다.

여진을 피해 노천에서 밤을 새운 마두카르 라나 전 네팔 재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가 경제의 중심인 카트만두가 지진으로 마비된 상태라고 밝혔다. 네팔 중앙은행에 따르면 이번 지진과 잇따른 여진으로 피해를 본 지역이 네팔 경제활동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시장조사 기관 IHS의 라지브 비스와스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7일 네팔의 재건 비용이 50억 달러(약 5조3000억원)를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네팔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네팔의 피해 규모를 GDP 대비 최저 9%에서 최고 50%로 추정하면서 35%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헌 아시아개발은행(ADB) 남아시아국장도 “네팔의 약 40%가 강진의 영향을 받았다”며 아직 재해 규모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기조차 어렵다고 덧붙였다.

네팔 경제는 세계은행을 포함한 외부의 도움이 없다면 자력갱생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시아 최빈국의 하나인 네팔은 대대적인 재건 노력을 벌이고자 해도 이를 자체적으로 충당할 재원이 없다. 네팔의 GDP는 미국의 한 개 주보다도 규모가 작다. 네팔이 관광업을 핵심 경제 동력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지진과 에베레스트 산사태로 당분간 관광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큰 타격이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한 곳에만 매년 수백명의 등반가가 1인당 최소 3만 달러(3200만원)를 내고 등정을 시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지원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네팔의 재정적 수요를 알아보기 위해 조사팀을 파견하고 ADB, 세계은행 등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팔에 구조팀과 지원물자를 경쟁적으로 보낸 인도와 중국도 직접적인 경제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인도와 중국은 양국 사이에 끼어 있는 네팔에 대한 영향력을 두고 경쟁해 왔다. 네팔의 통화가 인도 루피화에 연동돼 있어 인도는 오랫동안 네팔을 자국의 영향권으로 여겨왔지만 중국이 네팔에 고속도로, 발전소 등 수십억 달러어치 공사를 잇따라 진행하며 지난해 네팔의 최대 투자국 자리를 꿰찼다. 중국은 또 연간 원조액도 기존의 5배인 1억2500만 달러(약 1345억원)로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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