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27일 귀국 당일 이완구 총리의 사표를 전격 수리하면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이 전 총리의 사의 표명 뒤 1주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순방 출국 전부터 정국들 뒤흔들었던 이번 파문이 총리 사퇴로까지 확대되면서 심신이 극도로 지쳤지만 정국을 조기에 수습해 보겠다는 의지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건강 악화에도 사표 전격 수리=박 대통령의 이 총리 사표 수리는 오후 늦게 이뤄졌다. 사표 수리 직후 총리실은 이 총리 퇴임식 준비를 했고, 민경욱 대변인도 짧게 이 사실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총리 사표에 서명을 하면서 별다른 언급을 하진 않았다고 민 대변인은 전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중남미 순방 기간 이 총리의 사의 표명을 보고받고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초 박 대통령은 최소한 하루 이틀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에 따라 당분간 일정을 잡지 않고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도 앞서 “순방에서 무리한 만큼 최소한 하루 이틀은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표 수리라는 형식상 절차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이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박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귀국 즉시 사의 수용 형태로 반영됐다. 이미 총리 사퇴가 기정사실화된 마당에 더 늦출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다. 귀국 직후 이 총리 사표 수리를 속전속결로 처리함으로써 한껏 떨어진 국정 동력을 다시 한번 추스르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총리의 사표 수리 절차는 30일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별다른 일정 없이 이틀간 휴식을 취하고 4·29재보선을 지나 사표 수리는 30일쯤이 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귀국 당일 이를 처리한 것은 앞으로는 앞으로의 개혁 추진에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무언의 메시지를 분명히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휴식 속 총리 인선, 메시지 고심할 듯=박 대통령은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료진 권고에 따라 최소한 이틀 가량은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을 예정이다. 28일 국무회의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재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 기간 후임 총리 인선을 포함한 정국 수습 방안, 대국민 메시지 등 현안에 대한 고심 탓에 제대로 휴식을 취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휴식에서 복귀하면서 이번 파문에 대해 추가적인 메시지를 어떤 식으로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안에 대해선 대국민 사과 대신 유감 수준의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총리 임명권자로서 이 총리와 관련한 의혹, 논란에 대해선 유감을 표하되 앞으로 강력한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취지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전날 “대통령의 사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혀 당청 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교감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朴 대통령 건강악화 불구 이 총리 사표 수리 의미는… ‘성완종 파문’ 정면돌파 국정 동력 추스르기
입력 2015-04-28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