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영업직원인 엄종현(33)씨는 2007년식 아반떼 HD 디젤 모델을 운전하고 있다. 아반떼 디젤의 공인연비는 16.5㎞/ℓ인데, 엄씨는 실생활에서 21㎞/ℓ 정도를 기록한다. 그의 노하우는 ‘액셀과 브레이크 밟기’다. 엄씨는 “액셀과 브레이크를 자주 밟고 세게 밟을수록 연비는 떨어진다”며 “페달 밟는 습관을 바꾸니 연비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엄씨는 2012년 아반떼 구입 후 차계부를 쓰면서 연비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돈을 아낀다기보다 연비를 기록하다보니 흥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표세용(29)씨는 1997년식 기아 크레도스를 운전한다. 2006년에 중고로 구입한 차량으로 현재 30만㎞를 주행했지만, 12∼13㎞/ℓ의 실주행 연비를 보인다. 표씨의 비법은 ‘정비’였다. 그는 “처음 차를 샀을 때 출력도 많이 떨어지고 연비도 좋지 않아 공부를 좀 했다”며 “헤드 개스킷을 교체하고 부동액 농도 조절, 미션오일 체크 등 정비에 신경을 쓰니 연비 효율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전남 곡성에 사는 정대원(38)씨는 금호타이어 테스트 엔지니어다. 2012년식 기아차 레이를 몬다. 레이의 공인연비는 13.5㎞/ℓ인데 실제로는 출퇴근에 14∼15㎞/ℓ, 고속도로 주행은 18㎞/ℓ 정도를 기록한다. 정씨는 보름마다 한번씩 타이어 공기압을 점검한다. 여름에서 겨울로 넘어가기 전에는 특히 신경을 쓴다. IT 영업직에서 일하는 김유석(38)씨는 2014년식 폭스바겐 뉴CC를 운전한다. 하루 100㎞ 정도를 운전하는데, 공인연비(15.1㎞/ℓ) 보다 높은 20㎞/ℓ 정도를 유지한다. 김씨는 자신의 연비 노하우로 “차량 회사가 준 매뉴얼을 무조건 지킨다”고 말했다. 폭스바겐 5세대 골프를 운전하는 김성일(35)씨도 시내에서 주로 주행하는데 15㎞/ℓ의 연비를 기록한다. 김씨는 “급가속·급제동을 하지 않는 것 외에 연비를 높이기 위해 다른 것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비 고수들의 말을 종합하면, 급가속·급제동을 하지 않고, 타이어 압력을 잘 유지하며, 시야를 넓게 보며 부드럽게 운전하는 것 외에 별다른 비법이 없었다. 연비 고수들이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마음자세였다. 김성일씨는 “신호가 바뀌면 확 튀어나가는 차들을 많이 본다”며 “모든 차들이 그 정도로 성능이 좋지는 않을텐데, 다들 액셀을 밟고 있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엄종현씨는 ‘연비운전을 하면 뒷차들이 빵빵거리지 않느냐’고 묻자 “천천히 가는 게 아니라 차량 흐름에 맞추면서도 부드럽게 가속하고 감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조진희 책임연구원은 28일 “연비를 높이기 위한 ‘꼼수’는 없다”며 “결국 멀리 보면서 차량 흐름을 잘 이해하고 운전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출발 시 5초 동안 천천히 가속하면 급발진보다 30%, 신호대기 시 변속기를 중립에 놓으면 30% 연료소모량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외에도 트렁크 무게 줄이기, 내리막길 시 엔진브레이크 사용하기, 연료주입 시 절반 정도만 주유하기 등도 자동차 회사들과 정비업체들이 권장하는 연비 효율 높이기 방법들이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