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위험성이 큰 대신 수익이 많이 돌아온다는 뜻)’ 구조를 가진 대표적 시장이다. 언제 어디서 대중의 관심이 폭발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사소한 실수 하나로도 소속 연예인은 물론 회사가 한 순간에 매장되는 매서운 동네기도 하다.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일까. 이른바 메이저 3대 연예기획사를 비롯한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사업 다각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
◇패션, 화장품, 게임, 스포츠까지 YG의 세 넓히기=양현석이 이끄는 YG엔터테인먼트가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수 매니지먼트로 시작한 YG의 활동 반경은 최근 배우, 모델, 골프 선수까지 확장됐다. 또 지난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계열 사모펀드인 엘캐피탈아시아로부터 최대 8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패션, 화장품 사업을 차례로 인수했고 골프와 게임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YG의 세 넓히기는 엔터테인먼트사가 보유한 콘텐츠와 스타파워가 관련 사업을 할 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YG가 제일모직과 손잡고 설립한 ‘네추럴 나인’의 캐주얼 브랜드 ‘노나곤’은 K팝 팬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젊은층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20만 원대 티셔츠, 100만 원대 점퍼 등 고가 전략으로 사업 초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소속 연예인들을 대거 앞세워 홍보 중이다. 빅뱅과 투애니원 등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아티스트들이 이 옷을 입으면 국내외 K팝 팬들이 열광하게 된다는 계산이다. 화장품 브랜드 ‘문샷’은 신인 배우 이성경을 모델로 세웠다.
이와 함께 광고대행사 휘닉스홀딩스를 인수해 YG 플러스로 이름을 바꾸고 골프 선수의 매니지먼트 사업과 골프 비즈니스도 시작했다. YG는 “각종 대회를 유치하고 골프용품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아시아 대표 골프·스포츠 비즈니스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3일에는 소속 가수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제작을 위해 게임전문업체 한빛소프트와 손을 잡는 등 분야를 막론하고 사업성이 있다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SM과 JYP도 잇따라 박차… 왜?=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자사 콘텐츠를 활용한 연계 산업을 중심으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SM C&C를 통해 각종 예능과 드라마, 뮤지컬 제작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동시에 한류 열풍을 활용할 수 있는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올 초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을 개장하고 공연 실황과 홀로그램 뮤지컬을 상영하는 플랫폼을 갖췄다. 또 가수들의 콘서트 실황을 3면 와이드로 중계하는 ‘서라운드 뷰잉(Surround viewing)’ 기술을 접목시켜 일본과 남미시장 등으로 콘텐츠를 공급할 계획이다. 모바일 노래방 어플리케이션 ‘에브리싱(Everysing)’을 개발하는 등 음악 콘텐츠를 IT 기술과 접목시키는 모양새다.
업계 내부에선 SM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 소속 연예인이 다수의 화장품 브랜드 모델로 활약하면서 국내 화장품 사업의 세계화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박진영의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7일 팝스타 엘튼 존이 주주로 있는 잭스 코코코리아를 론칭, 코코넛 제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을 발표하는 자리에는 소속 연예인들이 동원됐고 콘서트를 접목시킨 파티처럼 꾸며졌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사업 확장은 코스닥 상장 이후 위험 요소를 분산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소속 연예인의 열애설 한 번에 주가가 출렁거리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연예 산업 자체로만으로는 경영이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8일 “매니지먼트에서 콘텐츠로 한 단계 성장해 온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승산이 보이는 연계 산업으로 진출하는 것은 더욱 치열해진 업계 환경도 한 몫한다”며 “콘텐츠와 스타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도 손쉽게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열애설에 주가 ‘출렁’… ‘연예’론 불안한 연예기획사
입력 2015-04-29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