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 500조원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 1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475조7000억원이다. 올해 안에 500조원 돌파가 예상되자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다루는 만큼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독립적인 기금운용공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반면 2060년 기금고갈을 감안할 때 고작 45년 운영하고 문 닫을 공사 설립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도 공존하고 있다.
◇‘500조원 시대’ 운용방식 논의 본격화=27일 현재 국회에는 국민연금기금 운용개편을 다룬 국민연금법 개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내놓은 안과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이 발의한 안이다.
두 법안은 2012년 제출됐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본격적으로 기금운용개편 이슈를 제기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보건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국민연금기금 관리·운용체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줬다. 보사연은 중간 연구결과를 토대로 30일에 서울 영등포구 사학연금회관에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한다. 최종 보고서는 7월에 나올 예정이다.
기금운용체계 개편에서 뜨거운 감자는 ‘기금운용공사’다. 현재 국민연금기금 운용은 국민연금공단 산하 기금운용본부에서 하고 있다. 거대 기금을 다루기에는 ‘역량 부족’이라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다만 기금운용공사를 신설해야 수익성을 올릴 수 있다는 쪽과 현행 기금운용본부 체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재원 의원 안은 기금운용공사 신설을, 김성주 의원 안은 기금운용본부 강화 방안이 담겨 있다.
정부는 기금운용공사 신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아직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기남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공식입장을 말하기 어려운 단계”라며 “7월에 보사연 연구 결과가 나오고, 전문가 토론과 여론 수렴 등을 거치면서 여러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개편 논의는 이명박정부 때부터 있었다. 정부는 기금운용공사 신설, 기금운용위원회 상설기구화를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2008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이 법안은 이듬해 폐기됐다.
◇왜 기금운용공사가 논란인가=기금운용공사 신설을 주장하는 쪽은 수익성 강화를 위해 기금운용 조직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본다. 30일 발표 예정인 보사연의 ‘국민연금기금 관리·운영체계 개선방안’ 발제문에도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기금운용본부 소속 직원 199명 중 156명이 주식·채권·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한다. 기금 규모가 커지고 해외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문인력 보강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민연금공단은 공공기관(준정부기관)이라 기금운용본부 조직·인력·예산·보수를 정할 때 정부의 일률적 가이드라인 적용을 받는다. 고액 연봉을 주고 우수한 인력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 보사연은 발제문에서 “우수한 인력의 경우 보수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브랜드 가치도 고려한다”며 “금융조직이 아닌 공단조직의 부서원으로 근무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금운용공사 신설이 전문성과 수익성 제고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현재 기금운용본부 체계에서도 보수를 늘리고 인력을 보강하도록 법적 장치를 강화하면 유능한 인력을 많이 유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500조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기금을 다루는 데다 기금 모집의 부담이 없다보니 충분히 매력적인 직장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국민연금기금은 ‘고갈’이 예정돼 있다. 가장 최근 재정추계를 보면 2043년 정점을 찍은 뒤 차츰 줄어 2060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설 전망이다. 거대 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야 45년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최대 45년 운용하다 문 닫을 회사를 만든다는 건 근시안적 발상”이라며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연금으로 지나치게 수익성을 좇다보면 감당하지 못할 리스크를 국민들에게 떠안길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기획] 국민연금 500조 시대… ‘기금운용공사’ 신설 논란
입력 2015-04-28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