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달 초 15만원짜리 꽃다발에 현금 200만원을 포장한 ‘돈 꽃다발’을 주문받은 그는 돈을 송금할 테니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는 상대방의 말에 별 의심 없이 번호를 알려줬다. 하지만 이는 대포통장 사기극의 시작이었다. A씨에게 전화를 건 이는 금융사기범이었다. A씨 계좌에는 215만원이 아닌 585만원이 입금됐다. 사기범은 ‘처남’을 시켜 A씨 꽃집에서 차액 370만원과 꽃다발을 챙겨갔다. 실제로 585만원을 입금한 이는 금융사기 피해자 B씨였다. B씨는 A씨 계좌를 사기이용 계좌로 신고했고, A씨는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등록돼 금융거래가 제한됐다.
금은방을 운영하는 C씨도 지난달 비슷한 일을 겪었다. 전화를 건 이는 “돌반지를 사려 하는데 돌반지 값을 통장으로 송금하겠다”고 한 뒤 계좌번호를 물어왔다. 이런 식으로 계좌번호를 확보한 범인은 정미소 주인 2명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였다. 쌀 60만원, 64만원어치를 각각 주문하고 대금은 계좌로 보내겠다고 한 뒤 각각 10배에 해당하는 600만원과 640만원을 보냈다고 가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이들에게 차액을 돌려 달라며 C씨 계좌를 불러줬다. 사기에 속은 피해자들은 차액 1116만원을 C씨 계좌로 입금했고, C씨 계좌 역시 대포통장 계좌로 지급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상인들이 이용하는 계좌를 범행도구로 활용하는 신종 금융사기가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보를 27일 발령했다. 주로 꽃집, 금은방, 중고차 매매업체 등이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범인들은 금융사기 피해자에게 사취한 돈을 이 계좌로 보내게 한 뒤 상인들에게는 실수로 돈을 많이 보냈으니 차액을 돌려 달라고 하는 수법을 썼다. 의도치 않게 대포통장 사기에 활용된 상인들의 계좌는 지급거래 정지 조치 처분을 받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문자가 물품가격 이상의 대금을 송금하면 송금한 이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며 “범죄 이용 여부를 확인한 후 즉시 거래 금융사에 신고해 피해자금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실수로 더 입금” 고객 전화 실수가 아닌 함정이었다… 사기극 공범 될 뻔한 자영업자
입력 2015-04-28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