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분양 물량이 쏟아지자 이제는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 물량 실적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주택 공급과 관련한 주요 지표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전국의 주택인허가 실적은 11만877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9만3278가구)보다 27.3% 증가했고, 착공 실적은 11만523가구(29.0% 증가), 분양 실적 5만7465가구(40.9% 증가)로 크게 늘었다. 정부는 주택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인허가·착공 물량이 완공될 것으로 보이는 2017년쯤 한꺼번에 많은 주택이 시장에 풀리면 공급과잉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현재의 주택 공급은 적정량을 초과한 상황으로 2017∼2018년 무렵 주택시장이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 강남·송파·서초·강동 지역은 철거를 앞둔 재건축 단지가 대거 포진해 있다. 재건축이 마무리되는 2∼3년 후에는 공급량이 대폭 늘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시는 2017년 주택 공급량이 4만7652가구, 2018년 10만4254가구, 2019년 7만7172가구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서울 지역에서 새 집이 늘어나게 되면 인근 수도권 지역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아파트만 5만3554가구가 입주했고, 내년에는 7만961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다. 입주 아파트가 대량으로 쏟아지고 있지만 서울 주택 공급에 여유가 생기면 이런 수요가 서울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가 크지 않은데 대거 택지를 조성해 놓은 김포, 파주, 고양, 용인 등은 과잉 공급으로 고생할 수 있다”며 “서울에서 밀려나 그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서울로 입성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의 최전선에 있는 공인중개사들도 공급 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전국 공인중개사 5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분양 물량의 공급 과잉’에 대해 ‘매우 우려된다’는 답변이 44.9%,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걱정된다’는 의견이 47.0%로 나타났다. 최근 신규 분양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10명 중 9명이 넘는 셈이다. 김경식 국토부 1차관도 지난달 열린 한국주택협회 정기총회에서 내년부터 주택시장에 공급 과잉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특히 30대 젊은 세대들이 최근 주택 거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이들의 주택 보유 의식은 여전히 높지 않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에 따라 공급 과잉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지만 주택 공급 과열 현상은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인구가 점차 줄고 있는 만큼 공급 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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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분양 봇물… 물오르는 주택시장에 ‘공급 과잉’ 찬물 뿌릴라
입력 2015-04-28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