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역사를 직시할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의 문제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2차대전 전범국이었으나 유럽 경제의 ‘큰손’으로 거듭난 독일인들 사이에서 자국의 부끄러운 과거를 외면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30일 독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1889∼1945) 사망 70주기를 맞지만 히틀러의 사망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대로 규명된 바가 없으며, 그가 죽은 지하벙커를 비롯해 나치와 관련된 여러 장소들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치 시대의 유산으로 오늘날 베를린에 남아있는 것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 당시 주경기장이었던 올림피아 스타디움과 나치 치하 공군 총사령관이 유럽 제공권 제패를 부르짖으며 만든 템펠호프 공항 정도다.
히틀러의 죽음도 여전히 미스터리다. 히틀러는 연합군과 소련군이 베를린까지 진주하자 1945년 4월 30일 베를린 지하벙커에서 연인 에바 브라운과 함께 시안화칼륨 캡슐을 삼키고 권총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월 1일 소련 지도자 스탈린은 히틀러의 시신도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히틀러의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히틀러 생존설 등도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독일 역사학자 미하엘 스튜르메르 교수는 독일인들이 ‘누가 나치를 탄생시켰고 유대인들을 학살했는가’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차 대전 이후 나치 부역자들 일부가 동독과 서독 정부에서 그대로 일했지만 냉전 시기 서로가 나치의 부역자라며 비난했을 뿐 제대로 된 역사 규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독일에서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이런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과거 나치 독일의 집단 수용소를 방문해 프랑스 내에서 확산되는 인종차별주의를 경계했다. 영국 BBC방송은 올랑드 대통령이 이날 프랑스 동부에 있는 나츠바일러 슈트루트호프 나치 수용소 시설을 찾아 “최악의 일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면서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주의가 여전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올랑드 대통령의 방문은 나치 수용소 해방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 라임도타 스타루우마 라트비아 총리가 동행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곳에서 누구도 그 규모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잔인한 범죄가 저질러졌다”면서 “모든 것을 알고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유럽 인종차별의 뿌리는 미흡한 나치 청산”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나치 수용소 방문
입력 2015-04-28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