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소위 말하는 지배층, 정치적·경제적 엘리트(서방국)들은 러시아가 궁핍하고 비참한 처지에 몰려 구걸할 때만 러시아를 좋아한다”며 서방국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집권 15주년을 맞아 26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 1’이 방영한 두 시간짜리 특별 다큐멘터리 ‘대통령’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방국이 실제로 러시아의 와해를 원한 정황도 있다며 미국이 2000년대 들어서도 체첸 반군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반군과 미국 정보요원들의 전화 통화를 감청한 결과 미국이 반군에 수송 수단 등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미국 대통령(조지 W 부시)에게 이런 상황을 일렀더니 문제의 정보요원들을 ‘혼내주겠다(kick the ass)’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 전 대통령의 약속이 무색하게 열흘이 지나기도 전에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미국은 러시아 내에서 어떤 반군 세력과도 관계를 이어왔고 앞으로도 그런 관계를 이어갈 권리가 있다”는 서신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크림반도 병합과 관련, “옳은 일을 했기 때문에 일말의 후회도 없다”며 “우리는 우리 이익을 보호했고 끝까지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보통의 생활을 포기해야 하며 극장이나 상점에도 편하게 갈 수 없다. 사람이 궁정 인테리어 속이 아니라 보통 주택으로 돌아가 살 수 있게 될 때야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상실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3기 임기가 끝나는 2018년 권좌에서 물러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푸틴 “미국이 체첸 반군 지원한 사실 확인했었다”
입력 2015-04-28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