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영등포구청 인근의 좋은이웃교회(장진원 목사)에서는 특별한 예배가 시작됩니다. 예배 참석자들은 10∼20명 정도인데, 이들만이 지닌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부모나 배우자, 자녀 등 가족 중에 자살을 경험한 상처를 지녔다는 것입니다.
기독교자살예방활동 단체인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라이프호프)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2년 전부터 위로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일명 ‘자살자 유가족 위로예배’인데요. 기독교계는 물론이고 타 종교를 포함해도 매월 정기적으로 열리는 예배 형식의 자살자 유가족 위로 프로그램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유가족들이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입니다. 먼저 떠난 가족을 붙잡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울분, 분노, 수치심 등으로 그들의 상처는 깊습니다. 따라서 예배는 유가족들의 마음과 처지, 상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진행됩니다.
그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진심으로 예배드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동변상련’의 아픔을 지닌 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겁니다. 이들을 위한 위로예배에서 자주 설교 말씀을 전하는 이는 라이프호프 공동대표 노용찬 목사입니다. 그는 대학 시절 자살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노 목사는 틈날 때마다 설교나 강연에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목사가 돼 치유사역을 하면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비로소 용기를 내어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살자 유가족들은 죄책감에서 벗어나 더 충실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꼭 필요해요.”
예배 처소를 선뜻 내주는 교회 측도 위로예배를 앞두고 여간 신경을 쓰는 게 아닙니다. 매월 한차례이지만 교회 성도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일과 교회에 드나드는 유가족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 일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라이프호프 담당자들도 “정말 어려운 사역”이라고 토로합니다. 위로예배 취재 또한 쉽지 않습니다. 자칫 유가족의 마음에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위한 위로사역은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된다’는 게 라이프호프의 굳건한 입장이더군요.
김주선 라이프호프 기획실장의 얘기입니다. “유가족 분들이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해요. 그래도 누군가는 마음의 문을 계속 두드려줘야 해요. 그래서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들고 공동체를 통해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가다 보면 영적으로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거든요.”
2013년 5월 처음 시작된 ‘자살자 유가족 위로예배’는 2주년을 앞두고 ‘마음이음예배’라는 이름으로 29일(수)부터 좋은이웃교회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더 많은 교회에서 마음을 잇는 예배가 드려지면 좋겠습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미션쿡] 자살자 유가족 위로 ‘마음이음예배’ 아시나요?
입력 2015-04-28 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