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成 리스트’ 증거인멸 정황… 檢, 측근 2인방 ‘입’ 통해 반전 노린다

입력 2015-04-28 02:49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반전을 노리고 있다. 로비 리스트를 폭로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졌고, 경남기업의 성 전 회장 측근들이 관련 자료 상당수를 인멸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을 ‘최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최악’이라고 보기에도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팀은 지난 25, 26일 증거인멸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박준호(49) 전 상무와 수행비서였던 이용기(43) 부장을 잇달아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핵심인물로 지목된 두 사람의 신병을 최장 20일 동안 확보하게 됐다.

수사팀은 박 전 상무와 이 부장을 추궁해 인멸·은닉 자료의 확인·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인멸·은닉된 증거만 찾아내면 현재 지지부진한 수사가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한 검찰 간부는 27일 “뒤집어 생각해보면 범죄 혐의와 중요한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성 전 회장 측이 자료를 인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압수수색으로 얻은 자료보다 성 전 회장 측이 숨기려 했던 자료가 더 가치 있는 증거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처럼 검찰의 대기업 오너 수사는 측근 임직원이 인멸한 정보를 확보하면서 급진전된 경우가 많았다. 수사팀이 “이번 수사의 한 축은 은닉된 증거들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더디지만 성과도 나오고 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인 올해 1∼3월 일정이 적힌 다이어리가 인멸됐다는 진술을 이미 확보했다. 지난달 25일 압수수색을 앞두고 빼돌려진 계열사 대여금 인출내역 장부도 경남기업 직원 자택 장롱에서 확보했다. 급히 삭제된 경남기업 내 디지털 자료들을 복원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은 수사팀에 부담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별검사 도입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인멸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시간이 없다. 결국 증거인멸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돼 구속된 박 전 상무와 이 부장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진술을 끌어내느냐에 수사의 성패가 달려 있는 상황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