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야권 강세 지역으로 평가되는 서울 관악을의 민심은 선거 직전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이달 초 정국을 강타한 ‘성완종 리스트’가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들을 강하게 결집시키고 있는 가운데 젊은 지역 일꾼을 자처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집요하게 지역 민심을 파고들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동영 후보의 거센 추격도 막판 표심을 흔들었다.
선거 이틀을 앞둔 27일 관악을의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 파동을 계기로 강하게 결집하는 현상이 감지됐다. 호남 출신 주민의 비중이 높은 만큼 공개적으로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를 지지한다는 주민도 적지 않았다.
교육업계에 종사하는 이모(34)씨는 “여권 실세라는 사람들의 비리 의혹이 (언론에) 계속 언급되고,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자금과도 연관돼 있다고 하니 더더욱 현 정권을 신뢰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전남이 고향이라는 심모(55)씨는 “내 핏줄을 찍어야지, 누구를 찍겠느냐”고 되물었다.
반면 여권이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는 성 전 회장에 대한 노무현정부 시절 특사 논란은 야권 지지자들의 마음을 크게 흔들지 못했다. 신원시장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박모(69)씨는 “특사를 문제 삼으려면 박정희 시대부터 다 훑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새누리당 오 후보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그가 강조하는 ‘젊은 지역 일꾼론’과 ‘무능 야당 심판론’은 27년간 한 번도 여당의 손을 들어준 적 없는 관악을 주민의 마음을 집요하게 두드렸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모험’을 해보겠다는 야권 성향 주민들도 있었다.
관악구 호암로의 한 약국에서 만난 조모(73) 할머니는 “그렇게 찍어줬는데 그동안 야당이 한 게 뭐가 있느냐”며 “이번에는 무조건 젊은 사람, (국회의원) 안 해본 사람을 찍어줘야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남 순천·곡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던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을 언급하는 주민도 있었다. 신원시장에서 만난 50대의 반찬가게 주인은 “호남에서도 이정현이 당선되는 마당에 관악을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지 말란 법 있느냐”며 “자영업자들 다 죽어나가는데, 1번 한 번 찍어주는 게 무엇이 대수냐”고 말했다.
무소속 정동영 후보는 새정치연합에 대한 막판 공세에 피치를 올렸다. 정동영 후보 측은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해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 뷰’의 여론조사 내용을 기재한 정태호 후보 측 선거 현수막을 떼어내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대변인 논평 등을 통해 “정태호 후보가 ‘위법한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해 사전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며 맹공을 펼쳤다.
이에 대해 정태호 후보 측은 “캠프에서는 해당 기관에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 없고, 조사 결과도 캠프와 무관하다”며 “단지 언론 보도를 인용했을 뿐이고 우리도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4·29 재보선 D-1, 현장을 가다] 서울 관악을, 전통적인 야권 강세 지역… ‘成 파문’ 뒤 강하게 결집
입력 2015-04-28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