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봉되는 ‘차이나타운’의 주인공과 주요 등장인물은 여성들이다. 지하철 보관함에 버려져 차이나타운으로 흘러들어온 아이들을 데리고 돈벌이를 위해 잔인한 짓을 서슴지 않는 범죄조직의 엄마 역을 김혜수(사진)가 맡았다. 일영이라는 아이는 김고은이 연기했다. 대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은 한준희 감독은 처음부터 김혜수를 염두에 두었다. 김혜수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버려진 아이가 외진 골목으로 흘러들어온다. 아이는 조직에서 자라나며 보스의 눈에 든다. 청년이 된 아이는 다른 세상에 눈을 뜨고 어쩔 수 없이 배신의 길로 들어선다. 뒷골목을 지배하고 있는 뱃살 두둑한 차이나타운의 대모이자 아이들에게 끔찍한 범행을 시키는 엄마.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주인공 캐릭터다. 변신에 목말라 하던 김혜수가 아니었으면 이 역할을 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김혜수는 조직의 보스 역을 맡았으면서도 흔한 욕설이나 액션을 선보이지 않는다. 대사나 몸짓 대신에 잔인하고 비정한 인물을 너무나 담담하게 표현했다. 그는 최근 시사회 후 열린 간담회에서 “머리카락 잘랐다고 해서 변신은 아니다. 센 척하는 게 아니라 유일한 생활공간인 차이나타운에서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그냥 살아가는 섬뜩한 느낌의 엄마를 연기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영화 ‘은교’에서 묘한 매력을 선보인 신인배우 김고은의 탈바꿈도 눈길을 끈다. 시작부터 끝까지 쉴 새 없이 스크린에서 종횡무진 하는 그는 화장기 없는 맑은 얼굴로 청춘을 뜨겁게 불사르는 배역을 열정적으로 보여주었다. 가족 같은 조직의 일원인 큰아들 우곤 역의 엄태구, 지능 낮은 막내 홍주 역의 조현철, 도박꾼 삼촌 탁 역의 조복래 등 적재적소의 조연들도 활력과 재미를 불어넣는다.
치고받고 찌르는 장면이 어김없이 나오지만 화면 가득히 피로 물들인 여느 조직폭력 영화와 비교하면 폭력의 수위가 그리 심하지는 않다. 5월 열리는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았다. 김혜수의 카리스마가 살아있는 ‘차이나타운’이 개봉 3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한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폭풍 흥행을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110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범죄조직의 잔인하고 비정한 ‘엄마 보스’… ‘차이나타운’ 카리스마 연기 김혜수
입력 2015-04-29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