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내일 학교에서 보자.”
이 문장은 인사말일까요, 협박일까요? “앞뒤 내용을 알아야지”라고 답한다면 아직 이 애플리케이션을 권할 준비가 되지 않으셨군요. 여러분의 자녀를 보호할 청소년 유해물 차단앱 말이죠.
지난 16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주도로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이 시행됐습니다. 개정안은 청소년이 새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유해정보 차단앱을 설치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조마조마하게 심판의 날을 기다리던 10대들은 최근 ‘기존 스마트폰도 반드시 차단앱을 설치하라’는 가정통신문을 받고 ‘멘붕’에 빠졌습니다. 검색창에 ‘차단앱 설치 안하면’이라는 문장이 자동완성 될 정도입니다. 물론 청소년들은 어른에게 제약을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거부감이 들 겁니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철없는 투정으로 여기기엔 문제가 많습니다.
구글 플레이마켓에 올라온 한 차단앱 후기를 볼까요. 2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네티즌들의 실소를 자아낸 내용입니다. “카톡으로 ‘조롱박형 스폰지’라고 썼더니 ‘조롱, 괴롭힘 의심’으로 엄마 폰에 떴어요.” “친구한테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했는데 상대 부모에게 ‘협박, 금품갈취 의심’이라고 알림이 가는 건 무슨 경우인가요.” 어떠세요? 벌써 답답해지지 않나요?
지금까지 나온 청소년 유해물 차단앱은 모두 14개입니다. 이중 무료이면서 안드로이드폰, 아이폰에서 모두 구동되는 건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가 만든 ‘스마트 보안관’ 뿐이죠. 이마저도 아이폰에선 일부 기능만 구동됩니다. 10대들이 “청소년은 아이폰 구입도 막을 기세”라고 비꼬는 이유입니다.
차단앱들은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통 3사가 심의한 사이트와 앱 등을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그런데 데이터베이스가 어떤 구조인지 무분별한 웹사이트 차단은 물론 앱 설치 제한도 콘텐츠 등급과 상관없이 이루어집니다. 남에게 전송받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열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스마트폰 자체에 오류를 일으키기 일쑤입니다. 일각에선 “프로그램이 악성코드 수준”이라고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차단앱 후기란에선 부모들과 10대들의 ‘댓글 싸움’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중 한 네티즌의 일침이 눈에 띄네요. “부모는 왜 자식을 통제하려고 하나. 자식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게 해줘야지.” 문제가 되는가 싶으면 일단 없애고, 일단 금지시키는 모습. 단순히 청소년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일까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시도 때도 없이 ‘협박 의심’이래요”… 청소년이 비웃는 ‘청소년 위한 앱’
입력 2015-04-28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