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7일로 예정된 영국 총선이 유례없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면서 윌리엄 왕세손 부부의 출산 병원까지 정쟁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들턴 왕세손빈은 첫째 조지 왕자를 출산한 런던 세인트메리 병원의 린도윙에서 이달 말 둘째를 출산할 예정이다. 문제는 린도윙이 국민건강보험(NHS) 의료기관이 아닌 사설 병원이라는 점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사설 병원을 선택한 데 대한 문제 제기에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옹호했다고 AP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왕세손 부부의 의료기관 선택에 실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NHS는 최고이자 영국인들의 자존심”이라며 “하지만 나는 사람들의 선택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번 총선의 이슈 중 하나는 NHS의 재정 문제다. 노동당은 NHS의 재정을 25억 파운드(약 4조146억원) 증액해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노동당은 “보수당 집권 동안 NHS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관련 종사자들의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지는 등 NHS가 개악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의료 체계는 다소 복잡하게 구성돼 있어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사설 의료기관을 선택한 돈 많은 사람들도 NHS 시스템 안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옵션이 있다. 대신 개인적인 병실을 이용하는 등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세인트메리 병원의 린도윙은 다른 병원과 달리 별도의 출입구를 갖고 있어 프라이버시와 안전에 이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윌리엄 왕세손 부부의 출산 소식이 관례를 깨고 트위터를 통해 먼저 발표될 예정이라고 일간 더 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타임스가 보도했다. 신문은 윌리엄 왕세손이 둘째 출산을 지켜본 직후 트위터를 통해 관련 소식을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전까지 왕실 출산을 발표하는 공식 통로였던 버킹엄궁 밖 공고문 게시도 함께 이뤄진다.
영국 왕실은 전통적으로 일가의 출산과 관련해 출생 시간과 성별 등 내용을 버킹엄궁 밖에 게시물을 세워 알려왔다. 왕실에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이 공고문을 보기 위해 시민들이 몰려들곤 했다. 왕실은 그러나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2013년 7월 첫 아들인 조지 왕자를 낳았을 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출산 사실이 미리 유출될 것을 우려해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도 자료를 먼저 보낸 뒤 버킹엄궁 밖에 공고문을 세웠다.
선데이타임스는 이런 변화가 영국 왕실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고민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들턴 빈의 출산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IBT)는 이와 관련, 미들턴 빈의 출산에 대비해 병원 주변지역에 내려진 주차 제한이 이달 30일로 끝난다며 출산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현재 세인트메리 병원 밖에는 기자와 카메라맨 등 취재진과 왕실 팬들이 몰려 출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공공의료제도의 실패” vs “개인의 선택일 뿐”… 사설병원 출산에 총선 이슈 된 뱃속의 로열 베이비
입력 2015-04-28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