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부채 감축 전략 다시 짜는 정부… 매각 실적 54%뿐 공공기관 ‘자산 팔아 빚갚기’ 빨간불

입력 2015-04-28 02:31 수정 2015-04-28 18:09

정부가 지난해 공공개혁의 가장 큰 성과라고 자부했던 공공기관 부채 감축에 적신호가 켜졌다. 부채 감축을 위한 자산 매각 실적이 계획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한 상황인 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 유가 하락 등으로 앞으로의 매각 전망도 어둡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남은 부동산과 해외자원 개발 실패의 '부산물'인 해외투자지분 매각 실적은 계획 대비 10%도 달성하지 못했다. 뒤늦게 정부는 자산 매각 계획 변경을 검토 중이다.

◇공공기관 자산매각 계획 대비 54% 달성 그쳐=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은 지난달 ‘제1차 자산매각지원위원회’를 열고 공공기관의 부채 감축을 위한 자산매각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그 결과 지난해 자산매각 이행 실적은 4조2800억원으로 나타났다. 7조9600억원의 자산을 매각하는 계획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종전부동산의 경우 약 2500억원 매각 계획을 세웠지만 달성률은 4%에 그쳤다. 종전부동산은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던 건축물과 그 부지를 말한다. 매각 예정액이 1181억원에 달하는 한국가스공사 분당 사옥 등이 팔리지 않았다.

기재부 조봉환 공공정책국장은 “한국농어촌공사 의왕 본사 등의 매각 건수로 따지면 나쁘지 않다”면서 “아직 계약보증금만 받은 경우가 많아 실적 액수만 낮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질적인 면을 따지면 일반부동산이 더 심각하다. 중소규모 부지 매각이 잘 이뤄져 계획(약 7500억원) 대비 83% 매각을 달성했지만, 서울역 북부 역세권·용산병원 등 대규모 개발매각(개발사업을 전제로 한 매각)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각이 요원한 상황이다.

부실 자원외교 논란으로 관심이 집중된 해외투자지분 매각 실적도 낮다. 매각 계획을 약 7700억원으로 잡았지만 실제로는 500억원(6%) 정도에 그쳤다. 36건 매각이 목표였지만 10건만 팔렸다. 정부 관계자는 “매각 대금을 다 받지 못한 점도 있지만, 유가 하락으로 해외 에너지시장이 침체돼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자산매각 포트폴리오 수정 고려 중”=자산 매각이 신통치 않은 첫째 이유는 부동산 시장 침체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공공기관이 연이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1000억원이 넘는 고가 종전부동산 매물이 한번에 나오는 바람에 공급이 늘어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개발매각의 경우엔 용도변경 등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불확실성이 매각을 가로막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역 북부 역세권의 경우 서울시가 서울역 앞 고가도로를 공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교통 관련 인허가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 일부 용도지역을 ‘3종 주거’에서 ‘일반상업’으로 바꾸는 도시계획변경 절차도 남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협상대상자가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매각 협상은 결렬되기 일쑤다.

또 지난해 8월 개정된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도 부동산 매각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개정 규칙에서는 부동산이 유찰돼 공공기관이 매각예정가격을 10% 낮추고자 할 때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받도록 하고 있다. ‘헐값매각’ 시비 때문에 공공기관이 가격 낮추기를 꺼리는 상황인데도, 불편한 절차 하나가 더 추가된 셈이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은 시장 가격보다 높은 예정가격으로 입찰을 반복하면서 매각이 잘 되지 않았다. 농어촌공사는 경기도 의왕 사옥 매각 시 같은 가격으로 9번이나 입찰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부는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매각 계획 달성이 쉽지 않다고 보고 전략 변경을 고려 중이다. 소규모 부지는 입찰·수의계약을 통해 단순 매각하고, 대규모 부지는 매각과 임대를 혼용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또 대규모 개발 부지를 한번에 매각하기보다 구역을 나눠 단계적으로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인허가 리스크’를 사업자와 공공기관이 공동 분담하는 방식도 생각하고 있다.

기재부 노형욱 재정관리관은 “해외투자지분의 경우 유가 하락으로 쉽게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밀어붙일 수 없다”면서 “자산매각 포트폴리오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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