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단체 대북 비료 지원을 승인했다. 주목할만한 변화다. 2010년 북의 천안함 도발을 계기로 대북 경제교류를 전면 통제해온 5·24조치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북지원 사업자인 재단법인 에이스경암이 신청한 15t 비료 지원을 승인한 것이 5·24조치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남북관계에 훈풍을 불게 할 요인임에 틀림없다.
5·24조치는 그에 2년 앞선 금강산 관광 중단과 함께 남북관계 경색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의 두 가지 대북 강경 조치를 여태 유지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단 한 발짝도 진전시키지 못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DMZ 평화공원 조성, 드레스덴선언, 통일 대박론 등 굵직굵직한 대북정책을 내놨지만 북으로부터 아무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가끔 이뤄지던 당국 간 대화조차 두절된 상태다.
중국의 존재감 확대와 미·일 밀착 등 동북아 격랑을 헤쳐나갈 수 있는 최고의 외교 수단은 남북관계 개선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지금까지의 대북 원칙론에서 탈피해 조금은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에 비록 소규모이긴 하지만 민간 차원의 비료 지원을 승인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비료 지원에 그치지 않고 식량 지원도 승인함으로써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금강산 관광도 재개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와 함께 광복 및 분단 70주년 기념 행사를 남북 공동으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공동 행사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우리끼리 반쪽짜리 행사를 하는 것은 예산낭비, 시간낭비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남북 당국 간 대화 재개가 긴요하다. 관계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이른 시일 내 걷어내려면 양측의 책임 있는 고위 당국자가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안 된다.
김대중평화센터가 다음달 말을 목표로 추진 중인 이희호 여사 북한 방문을 남북 해빙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보기 바란다. 이 여사가 방북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의 면담을 통해 남한 당국의 메시지를 전할 경우 남북 당국간 대화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고 본다.
나아가 남북 간 우호적 분위기 조성과 고위 당국자 간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대북 특사 파견을 적극 검토하길 제안한다. 최고 지도자의 친서를 소지한 특사가 왕래하다보면 상대방의 진심을 이른 시일내 확인하게 되고, 그것이 의외로 화해협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공식적인 특사 교환이 부담스럽다면 비공식 접촉도 나쁘지 않다. 남북 특사 교환이 성공한 사례는 많다.
[사설] 5년만의 대북 비료지원 관계개선 계기 삼아야
입력 2015-04-28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