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가 남북대화 싹 틔울까… 민간 대북 비료 지원 안팎

입력 2015-04-28 02:05
정부가 5·24조치 후 처음으로 민간 차원의 대북 비료지원을 허용하면서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다시 봄바람이 불 조짐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5·24조치와 무관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지만 한·미 합동군사훈련 종료, 이희호 여사 방북 추진 등 호재가 잇따르면서 남북관계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식량과 비료 지원을 사실상 전면 금지해 왔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지난해 3월 초 대북 비료지원을 추진했을 때도 당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직접 나서 “타이밍이 아니다”라며 금지 방침을 천명했었다.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발표한 ‘드레스덴 선언’에 농축산 협력이 포함되면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통일준비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도 ‘마을 단위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비료지원’을 언급했었다. 최근엔 통일부가 민생·환경·문화 등 3대 통로를 북측에 제안한 데 이어 인도지원단체들의 ‘대북지원사업자’ 선정 요건을 완화해 민간 교류협력 확대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이런 일련의 변화가 5·24조치 해제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고작 15t 규모일 뿐 수십만t의 대규모 비료지원은 아니지 않으냐”며 “이번 승인을 5·24조치 해제와 연관짓는 것은 과잉 해석”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전면 금지됐던 비료지원이 재개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북한전문가는 “5·24조치는 정부 차원의 방침일 뿐 법률적 근거는 없다”며 “우회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휩싸여 국정 주도 동력을 소진한 박근혜정부가 획기적인 남북관계 개선 카드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김대중평화센터가 다음 달 말을 목표로 추진 중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도 호재다. 방북이 성사되면 이 여사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면담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미 방북 신청을 승인하기로 방침을 정해 놨다.

관건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임금인상 문제다. 남북 당국은 수차례 접촉했지만 입장차를 못 좁히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모처럼 마련된 호재들이 무산될 수도 있다.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