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서정주·황순원 재조명된다… 대산문화재단·한국작가회의 주최 ‘100주년 문학인’ 기념 문학제

입력 2015-04-28 02:39 수정 2015-04-28 19:52

“어린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달라고….”

소설가 황순원(1915∼2000)의 ‘소나기’ 마지막 대목이다. 소년과 소녀의 풋사랑을 다룬 이 단편은 소년이 소나기 오는 날의 추억을 가진 윤 초시네 손녀의 죽음을 부모가 주고받는 말을 통해 확인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소년은 그 후 어떻게 됐을까.

전상국(75) 박덕규(57) 서하진(55) 구병모(39) 등 후배 소설가들이 황순원에 대한 오마주로 ‘소나기’ 속편을 선보인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가 공동 주최하는 ‘2015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 문학제’의 일환이다. 30대부터 70대 후배 문인들이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려갈 속편은 6월 발간되는 대산문화 여름호에 실린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2001년부터 탄생 100주년을 맞은 문학인을 기리는 행사를 갖고 있다. 올해는 아동문학가 강소천, 평론가 곽종원, 시인 박목월 서정주, 여성 소설가 임순득 임옥인, 극작가 함세덕, 소설가 황순원 등 8명이 선정됐다. 핵심 행사로 문인들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하기 위한 심포지엄이 5월 7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개최된다. 8일 저녁에는 서울 연희문학창작촌에서 ‘문학의 밤’ 행사가 있다.

이숭원 행사 기획위원장(서울여대 국문과 교수)은 27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1915년생 작가들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20대에 한글로 작품 활동을 하고 광복 후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전개하며 문학사에 업적을 남겼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친일(서정주 함세덕), 월북(함세득 임순득) 등 논란이 있는 작가가 있지만 선택과 배제가 아니라 공론의 장에서 공과를 함께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대행사로 황순원 문학그림전이 다음달 9∼11월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경기도 양평 황순원문학촌에서 열린다. 이인, 정종미, 최순원을 비롯한 중견 화가들이 ‘소나기’ ‘독짓는 늙은이’ 등 그의 대표 단편을 미술작품으로 형상화한다. 서정주 기념 시 잔치도 6월 29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