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미, 한국 CCM 가수 처음으로 美 카네기홀 무대에 선다

입력 2015-04-29 00:53
CCM 아티스트 송정미는 지난 23일 “내가 드릴 수 있는 것을 드리면 하나님은 그것으로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신다는 로렌 커닝햄 목사님의 말씀을 좋아한다”며 “하나님이 카네기홀 공연을 통해 일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팻머스문화선교회 제공

CCM 아티스트 송정미의 미국 뉴욕 카네기홀 공연 ‘The Blessing Song(축복송)’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 CCM 가수로는 처음이다. 카네기홀은 클래식 연주자를 제외하고 비틀즈와 머라이어 캐리 등 소수 팝스타를 무대에 세웠다. 국내 가수로는 조용필 패티김 이선희 인순이 김범수가 이 무대에 섰다. 앨범 판매 200만장, 공연관람객 10여만명 기록을 보유한 송정미가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것이다.

공연 준비를 위해 한 달여 미국에 다녀온 송정미를 지난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언주로 팻머스문화선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피곤해보였지만 긴장이 활력을 만들어내는 듯 힘도 느껴졌다. “예수님이 한 아이의 도시락(요 6:5∼14)으로 5000명을 먹이신 것처럼 하나님이 제가 부르는 작은 노래로 많은 사람의 영혼을 먹이시면 좋겠어요.”

송정미는 2000년 CCM 가수 최초로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 데 이어 다음달 30일 카네기홀에서 공연한다. “한국 교회가 지금까지 저를 세워 줬습니다. 이제 제가 ‘다음 세대’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네기홀 공연은 목적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저는 다음 세대와 함께 땅 끝(행 1:8)까지 가서 노래하고 싶습니다.” 그는 미 현지에서 선발한 어린이 150여명과 함께 무대에 선다. “올해 1월 오디션을 통해 뉴욕 인근 교회에 다니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여러 학생들을 선발했어요. 이 아이들과 ‘오 대한민국’ 등 4곡을 부를 예정이에요. 다음세대가 문화를 통해 복음을 총체적으로 접할 기회를 주고 싶어요.” 2013년 데뷔 25주년 콘서트에서도 오디션을 통해 CCM가수 지망자 10명을 선발, 함께 무대에 섰다.

송정미 역시 교회의 다양한 사역을 통해 하나님을 만났고 노래를 배웠다. “전 초등학교 4학년 때 한국어린이전도협회 여름캠프에서 선교사로 헌신했어요. 어리다고요? 그때 이미 키가 167㎝였어요. 하하. 고등학교 1학년 때 교회 전도사님 소개로 미국에서 온 음악 선교사님께 처음 가스펠을 배웠고 ‘너의 첫 번째 선생님은 성령님’이라고 가르치던 음대생에게 성악을 배웠어요.”

1986년 연세대 성악과 입학 후 성대결절로 실기시험도 치르지 못하고 절망하던 때가 있었다. 이때 만든 노래가 ‘축복송’이다. 축복송은 20개국에서 번안돼 불린다. 88년 제1회 전국대학생복음성가경연대회에서 금상, 이듬해 제8회 전국복음성가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92년과 94년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하와이에서 각각 예수전도단(YWAM) 훈련을 받았다.

“가수는 사람들이 오라고 하는 곳에서 노래 부르지만 사역자는 하나님이 부르는 곳에 가서 노래해야 합니다. 전 사역자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의 임재를 위해 노래합니다.” 1집 ‘잃어버린 영혼을 위하여’부터 6집 ‘희망가’까지 일관된 정체성이다. ‘다음 세대’ 양성을 위해 1998년부터 10여년 동안 숭실대 CCM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후배들을 가르치는 일은 보람 있었지만 ‘영적 전쟁’의 최전방에 있는 선교사님들이 긴급하게 도와달라고 SOS를 칠 때 달려갈 수 없는 게 답답했어요. 이슬람 선교지에 가면 하루 다섯 번 무슬림의 기도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려요. 목이 조이는 것 같죠. 영적 폐쇄공포증이 와요.”

2009년 교수 사직 후 선교지를 자주 갈 수 있게 됐다. “바울과 실라가 로마 감옥에서 찬송을 부를 때 하나님이 그들을 일으키신 것처럼 제가 노래할 때 하나님이 지친 선교사님들의 심령을 위로하시는 것을 보게 되요.” 송정미는 선교사를 치유하는 문화 선교사이다. 김선일씨 피랍(2004) 사건 때 조가, 아프가니스탄 피랍(2007) 사건 당시 생환자를 위로하는 노래를 불렀다.

선교사를 파송하는 선교사 역할도 해왔다. “재작년 말 카네기홀 공연이 확정됐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포기할 생각도 했어요. 근데 작년 한 선교대회에서 라오스 선교사님이 ‘제가 교수님 콘서트에서 선교사로 헌신했어요. 포기하지 마세요’라고 했어요. 한 선교회 대표는 ‘너무 힘들어 눈물도, 기도도 안나올 때 사모님 노래 듣고 주저앉아 울었어요’라고 하셔서 용기를 냈어요.”

송정미는 세계 문화의 수도라 불리는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서 노래를 부른다. “90년대 후반 하나님이 제게 한 손엔 문화, 한 손엔 복음을 들고 선교해야 한다는 말씀을 주셨어요. 2001년부터 매년 일반 공연장에서 크리스마스 공연을 한 것도 그런 차원이었죠.” 그는 이번 공연을 하나님이 쓰시길 바란다고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노래뿐이지만, 이 노래로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사랑과 뜻을 알게 되면 좋겠어요. 한 아이의 오병이어 도시락처럼.”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