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울산 직장인 모임 ‘이웃사랑해모임’] 겨우내 군고구마 팔아 새 학기 교복 선물

입력 2015-04-28 00:56
‘이웃사랑해모임’ 회원들과 지인들이 지난해 행사기간 중 단체 사무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웃사랑해모임 제공
40∼50대 평범한 직장인들의 모임인 ‘이웃사랑해모임(이사모)’ 회원들은 지난겨울 퇴근 후 짬을 내 군고구마 장수로 변신했다. 맹렬한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거리에 리어카를 세워 놓고 밤늦게까지 고구마를 구워 팔았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군고구마를 팔아 번 돈은 850만원에 달했다. 이들은 지난 2월 이 돈을 울산 북구청에 전달했다. 이 성금은 새 학기를 앞둔 지역 소년소녀가장 32명의 교복을 구입하는 데 사용됐다.

이사모 회장 이상근(52)씨는 “숨어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이들도 많은 데 관심을 받아 부끄럽다”며 겸손해 했다. 이씨는 2001년부터 14년 동안 해마다 군고구마가 생각날 때쯤이면 14일 동안 울산 북구 천곡동 대동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군고구마를 팔았다. 이씨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어린이가 암에 걸렸으나 치료비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도움을 줄 방법을 고민하다 ‘사랑의 군고구마 판매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씨와 이웃 주민 1명이 시작했지만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소외된 이웃을 도우려면 모임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이웃사랑해모임’을 만들었다. 현재 회원은 6명으로 늘었다.

이사모의 한 회원은 “지역 주민들도 이웃돕기에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군고구마를 샀다”면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오랜 기간 동안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군고구마 장사에 필요한 리어카와 고구마 등 기초 재료는 회비를 거둬 마련했다. 회원들이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군고구마는 퇴근 이후부터 새벽 2시까지 판매했다.

하루 판매량은 10㎏짜리 13박스다. 고구마를 구울 장작은 목공소를 하는 지인이 무료로 제공해주고 있다. 주민들도 따뜻한 응원을 보내오고 있다. 자녀의 저금통을 깨서 함께 군고구마를 사러 오는 가족도 있고 한 봉지를 사면서 10만원을 놓고 가는 이웃도 있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금은 한부모 가정을 돌보고 있는 단체,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키워주고 있는 집 등에 나눠준다. 14년 동안 기부한 성금은 9000만원가량 된다. 이씨는 “이제 울산 시민들에겐 군고구마를 사먹는 것 자체가 나눔에 참여하는 일이 됐다”면서 “지역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사랑 나눔 실천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