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발생한 네팔 지진으로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8848m)으로 향하던 등반가들도 다수 사망했다. 특히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34m)의 경우 해발 7000m 높이의 쿠모리 봉우리에서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거대한 규모의 눈사태가 덮치면서 인명 피해가 컸다고 뉴욕타임스(NYT)와 AP, dpa통신 등이 보도했다. 에베레스트에는 26일에도 규모 6.7의 여진으로 산사태가 추가로 발생했고, 인명 구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dpa통신은 네팔 지진으로 에베레스트산 일대에서 18명이 숨지고 61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사망자는 베이스캠프에서 발생했다. 베이스캠프는 본격적인 등반을 앞두고 컨디션을 조절하거나 날씨 변화 체크 등을 하기 위해 머무는 곳이다. 아마추어 산악인들도 에베레스트 정상을 보다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곤 한다.
당시 베이스캠프에는 외국인 등반가들과 이들의 산행을 돕는 네팔 현지 가이드인 셰르파 등 800∼1000명 정도가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에베레스트는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4∼5월과 9∼10월이 등반 최적기여서 지난 주말 유난히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눈사태는 굉음과 함께 엄청난 규모로 밀려 내려왔다. 싱가포르 출신의 산악인 조지 포울샴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50층 건물 높이의 눈더미가 나를 향해 몰려 내려오는 것 같았다”면서 “살아남은 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셰르파인 펨바씨는 “200m를 떠내려간 뒤 눈에 파묻혔다가 겨우 빠져나왔다”면서 “숨진 사람이 알려진 것보다 더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베레스트에는 베이스캠프 이외 1∼4캠프에도 상당수 산악인들이 고립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악인 일부는 에베레스트산 옆에 있는 준봉인 로체산(8516m)을 정복하기 위해 나섰다가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에베레스트에서는 지난해 4월과 10월에도 베이스캠프와 1캠프 사이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수십명이 사망하는 등 산사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구글은 자사의 댄 프레딘버그 이사가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숨졌다고 발표했다. 프레딘버그는 구글의 연구소인 구글X에서 무인자동차와 관련해 일했으며,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빙하를 살립시다’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구글이 에베레스트산 일대를 ‘스트리트 뷰’로 찍어 서비스하는 데도 핵심 역할을 했다.
한국인 전문 산악인들은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산악연맹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주변에 4개팀 20여명이 머물렀는데 다 무사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악연맹을 거치지 않고 에베레스트 산행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어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에베레스트에서 병원으로 후송된 사람들 가운데 한국인 1명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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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7 03:41 수정 2015-04-27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