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네팔인들 발동동 “친척들 죽고 다쳐” “전화 불통”

입력 2015-04-27 03:00 수정 2015-04-27 08:26
경기도 수원의 한 네팔 음식점에서 26일 네팔인 주인과 직원이 고국의 지진 소식에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네팔 힘내세요!'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연합뉴스

지진 참사 이틀째인 26일 한국에서 고국의 재난 소식을 접하는 네팔인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전기·통신이 끊긴 친지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수천명의 사상자 소식에 눈물을 훔쳐야 했다.

수원에 사는 네팔인 모임 회장인 요엘(32)씨는 처삼촌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그의 장모 역시 팔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요엘씨는 “내가 살던 동네에서 많은 사람이 죽고 집이 부서져 주민들이 천막생활을 하고 있다”며 “고향에 가고 싶지만 비자와 비용 문제로 걱정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네팔 음식점을 하는 구룽(40)씨는 “네팔에 있는 아내가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지진이 났다고 한다”며 “현지와 전화가 잘 안 된다. 물이라도 떠다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의 아내와 아들은 불과 일주일 전에 네팔로 돌아갔다가 지진 피해를 겪었다.

2009년 네팔인 최초로 서울시 명예시민이 된 케이피(47)씨는 광화문의 네팔 음식점에서 기자에게 자신의 휴대전화 속 지진 피해 사진을 보여주며 도움을 호소했다. 그 사이 그의 휴대전화에는 ‘뭘 도와주면 되겠느냐’ ‘걱정이 많겠다’ ‘힘내라’는 한국인 친구들의 전화와 문자가 빗발쳤다.

주한네팔인협회는 구호 지원을 위한 회의를 열고 모금운동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네팔인 약 2만9000명 중 이주노동자가 2만6000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네팔에 있는 한국인의 신변은 속속 확인되고 있다. 칼라파타르산(5550m) 등정을 위해 지난 20일 출국했던 ‘2015 경기도 줌마탐험대’ 31명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창원시 태봉고등학교는 지난 16일 네팔로 현장학습을 떠난 이 학교 2학년 학생 44명과 인솔교사 4명이 모두 무사하며 다음 달 초 귀국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구호단체 굿네이버스는 지진 피해 지역에 40만 달러(약 4억3000만원) 규모의 긴급 구호에 나선다고 밝혔다. 유니세프도 네팔 정부와 함께 어린이 영양·보건 사업을 펼칠 계획이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네팔에 1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