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을 품은 네팔은 예로부터 강한 지진으로 몸살을 앓았다. 히말라야 산맥이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로 지각이 솟구쳐 생긴 지형인 만큼 두 지각판이 만나는 이 지역에서는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있을 수밖에 없다. 1934년에도 카트만두 동부를 강타한 규모 8.1의 강진으로 네팔과 인도에서 1만700명이 숨졌다.
특히 이번 참사는 얕은 진원과 지진에 취약한 건물들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진은 25일 오전 11시56분(현지시간) 수도 카트만두 북서쪽 81㎞에 있는 람중 지역에서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약 11㎞로 얕은 편이었다. 전문가들은 “진원이 얕았기 때문에 지표면의 흔들림이 더 심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진에 취약한 건물들은 강진에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카트만두의 면적은 약 50㎢로 서울(605㎢)의 20분의 1 수준이지만 서울 인구의 4분의 1인 약 250만명이 허술하게 지어진 주택에 밀집해 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지진으로 인한 대참사는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내진 설계를 고려하지 않는 네팔의 느슨한 행정과 독특한 상속제도도 지진 피해가 커지는 데 한몫했다는 것이다. 네팔에서는 최근까지 건축규제가 없던 까닭에 부실한 옛 건물이 즐비한 데다 자녀에게 모두 똑같이 땅을 나눠주는 상속법령 탓에 좁은 부지 위에 건물들이 위태롭게 치솟아 있는 곳이 많다.
AP통신은 26일 카트만두에서 불과 1주일 전에도 지진학자 50여명이 모여 지진 피해를 줄이는 대책 회의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회의에 참석한 제임스 잭슨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네팔 지진의 심각한 피해를 두고 “언젠가 나타날 악몽이 실현됐다”고 말했다. 잭슨 교수는 “지진은 자연재해지만 카트만두의 피해는 인재”라며 “주민들을 죽인 것은 지진이 아니라 건물이었다”고 꼬집었다.
앞서 2010년 1월 아이티 대지진 때도 지진 전문가들은 네팔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네팔에서 일어날 지진이 규모 8.0으로 아이티 대지진의 10배 정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지진 연구기관 중국지진대망중심의 쑨쓰훙 연구원은 이번 지진의 방출 에너지가 2008년 쓰촨성 지진의 1.4배 규모에 달해 강력한 여진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번 지진과 뒤따른 여진으로 네팔과 국경을 접한 중국과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에서도 70명 이상이 숨졌다. 인도 북부 뉴델리와 동부 콜카타에서는 여진으로 지하철 운행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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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7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