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생산업체 A사는 브라질에 공장을 세우고 생산된 제품을 중남미 전역에 판매하는 계획을 세웠다. 관심을 보인 중남미 바이어들은 대량 주문에 필요한 금융을 A사가 주선해주길 바랐다. 수소문 끝에 수출입은행의 ‘전대금융’을 알게 됐고, 바이어들에게 소개해 차질 없이 중남미 진출 전략대로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전대(轉貸)금융은 수은이 외국 현지 은행에 돈을 빌려준 뒤 현지 은행이 한국 기업과 거래관계가 있는 현지 기업에 다시 대출해주는 제도다. 수출 계약 체결 후 수입자가 전대계약을 맺은 은행에서 대출받으면 수은이 먼저 국내 수출기업에 대금을 지급해준다. 이후 수입자가 현지 은행에 빌린 돈을 갚고 은행이 수은에 상환하는 구조다.
수출대금을 빨리 회수할 수 있어 국내 수출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또 대규모 자금이 동원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수입자가 수출자에게 대출받을 수 있도록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전대금융을 통해 고민을 덜고 거래처 확장에 나설 수 있다.
현지 은행과 현지 기업에는 수은이 제공하는 낮은 금리 혜택이 주어진다. 수은도 현지 영업환경에 해박한 현지 은행과 계약을 맺고, 해외 영업지점처럼 활용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현지 기업에 부실이 생길 경우 그 책임은 현지 은행이 지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작은 금융지원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수은만이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전대금융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현재 14개국 32개 은행과 60억7000만 달러 규모의 전대 신용한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엔 기존의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미주개발은행(IDB) 등과 맺은 전대금융 계약에 더해 브라질(20억 달러) 칠레(10억 달러) 페루(2억 달러) 등 3개국 은행들과 전대금융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수은은 촘촘한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기업의 중남미 진출이 용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수출기업 轉貸금융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수출입은행 대출지원 제도
입력 2015-04-27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