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국민 氣 살린 그리스 난민영웅… 파도 속 여성 구출 사진 반향

입력 2015-04-27 02:48
그리스 육군 소속 안토니스 델리조르기스 하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그리스 남부 로도스섬 해상에서 좌초된 난민선에 타고 있던 에리트레아 출신 난민 웨가시 네비아트를 구출해 해변으로 데려 나오고 있다. AP·가디언 홈페이지

난민 문제로 온 유럽이 시끄럽던 지난주 한 장의 사진이 유럽에서 화제가 됐다. 한 근육질 남성이 거센 파도가 치는 지중해에서 흑인 여성을 구조해 해변으로 데리고 나오는 장면이었다. 주인공은 그리스 육군 소속인 안토니스 델리조르기스(34) 하사로 그가 에리트레아 출신인 웨가시 네비아트(24)를 구출해낸 장면은 잇따른 난민 참사에도 불구하고 미봉책만 내놓는 유럽연합(EU)과 대비돼 많은 반향을 낳았다. 또 경제 위기로 허덕이는 조국 그리스 사람들에게도 자긍심을 선사했다.

이 ‘지중해의 영웅’은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담담하게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일 오전 8시쯤이었다. 그리스 남부 로도스섬 해변에서 부인과 함께 커피 한 잔을 마시던 그는 먼발치에서 수십명의 사람들이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는 “보트가 마치 찢어진 종잇장처럼 산산조각 나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신발을 벗고 바다로 뛰어들어 구조에 나섰다. 미끄럽고 날카로운 바위가 많은 지역이어서 그의 손과 발, 다리 등은 온통 상처투성이가 됐다. 다행히 현장 인근에 해상구조대 헬기가 있었고 그는 해상구조대 요원들과 함께 구조 작업을 벌였다. 그가 혼자서 구출해낸 난민만 20명이었다. 부표를 꽉 쥔 채 반쯤 기절해있던 네비아트를 발견한 건 그가 구조 작업에 나선 지 20분 뒤의 일이었다.

사고가 난 난민선은 전날 밤 동아프리카 에리트레아와 시리아 출신 난민 93명을 태우고 터키 서부 마르마리스항에서 출발해 그리스로 향했지만 도중에 암초를 만나 부서졌다. 출산이 임박한 상태에서 배에 올랐다가 델리조르기스에게 구조된 한 에리트레아 출신 여성은 무사히 아들을 출산한 데 대한 감사 의미로 아들 이름을 ‘안토니스’로 지었다.

그는 ‘영웅’이란 찬사에 대해 단지 “남자로서, 사람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