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내 ‘궁궐의 부엌’ 소주방(燒廚房)이 4년여의 복원 공사를 마치고 다음 달 2일 일반에 공개된다. 1915년 일제에 의해 철거된 지 100년 만에 복원되는 이 공간에 어울리는 현재의 인물을 찾아보자면 한복려(67)씨가 일순위에 꼽힌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 기능보유자이자 궁중음식연구원 원장이다. 지난 24일 한 원장과 함께 소주방을 둘러봤다.
“어머님(황혜성)의 뒤를 이어 이제까지 궁중음식을 지켜왔는데, 궁중음식의 실제 공간이 100년 만에 복원돼 이렇게 제 눈으로 보게 되니 감격스럽죠.”
한 원장은 먼저 소주방의 위치에 대해 설명했다. “소주방이 자리 잡은 위치를 보면, 임금의 집무실이나 침전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왕의 집무공간인 근정전이 바로 옆이고,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도 여기서 가까워요.”
소주방은 외소주방, 내소주방, 생물방 등 3개 건물로 구성돼 있다. 세 건물은 모두 직사각형 모양으로 지어졌고, 가운데에 마당을 뒀다. “외소주방은 잔치음식을, 내소주방은 임금이 매일 드시는 일상식을, 생물방은 떡과 과자 등 후식류를 담당했다”는 게 한 원장 설명이다.
3개 건물은 모두 부엌과 방, 곳간, 대청을 두고 있다. 부엌은 건물마다 2개 또는 3개가 있는데, 내부 공간이 방 서너 칸에 불과할 정도로 넓지 않다. 반면 대청 공간은 건물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넓게 배치돼 있다.
부엌이 좁고 대청이 넓은 공간적 특성에 대해서 한 원장은 “궁중의 음식이라고 해서 모든 걸 직접 소주방에서 조리하지는 않았다”면서 “잔치음식은 물론 평상식도 궁 밖에서 1차로 가공된 상태로 들여온 걸 많이 사용했으며, 소주방에서는 그렇게 들여온 음식을 손질하고 진열하느라 넓은 대청 공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큰 잔치를 할 때는 바깥에 임시로 야외 주방인 ‘숙설소(熟設所)’를 설치했다”고 덧붙였다.
침전이나 집무실에는 ‘퇴선간(退膳間)’이라는, 상을 차리고 물리는 공간이 붙어 있었다. 한 원장은 “소주방에서 음식을 조리한 후 합에 담아 퇴선간으로 운반했으며, 거기서 은그릇에 음식을 차린 후 처소로 가지고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다음 달 2∼10일 열리는 ‘제1회 궁중문화축전’의 첫날 ‘소주방, 백년의 문을 열다’ 개관식을 갖는다. 한 원장은 궁중음식 이·전수자들과 함께 2∼3일 소주방에서 궁중음식 시연 및 체험 행사를 연다. 또 ‘근정전 잔치’ 음식을 전시한다.
“고종이 41세 되던 해 축하잔치가 근정전에서 열렸어요. 순종이 아버지 고종에게 올린 잔치인데 의궤가 남아있어요. 그걸 바탕으로 소주방에서 잔칫상을 재현할 겁니다.”
한 원장은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궁의 주방이 복원된 건 의미가 있다”며 “건물은 복원이 됐지만 이 안을 어떻게 채워나갈지는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경복궁 소주방 5월 2일 개방…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 “복원된 궁궐 부엌, 어떻게 채울지는 우리의 몫”
입력 2015-04-27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