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글로벌 기업의 자금을 국내 은행 한 곳에서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외화를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국내 은행의 국제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
26일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국내은행이 글로벌자금관리서비스(GCMS)를 도입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GCMS는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전 세계 영업장에서 발생하는 자금을 한꺼번에 관리할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기업 입장에서는 실시간으로 자금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유휴자금을 최소화할 수 있고 그만큼 투자를 확대할 여력도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현재 국내은행 중에서는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뱅크오브아메리카나 HSBC 등 외국은행에서 GCMS를 이용하고 있다. 삼성은 씨티은행에서 이 서비스를 받고 있다.
국내은행이 GCMS를 도입하게 되면 기업이 운용하는 외화가 국내에서 입출금되기 때문에 일정량 이상의 외화는 항상 국내에 남게 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외화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국내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예금은 지난해 말 기준 611억7000만 달러(약 66조146억원) 수준이다. 2011년 299억3000만 달러, 2012년 360억3000만 달러, 2013년 484억3000만 달러로 매년 증가세다. 특히 지난해에는 중국 위안화 예금이 큰 폭으로 늘면서 외화예금이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져 외화자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게 될 경우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외화를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기업이 해외은행에 예치한 자금이 얼마인지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해외법인 매출액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내은행의 경우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GCMS를 도입하면 외화를 차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 등의 비용도 아낄 수 있다.
문제는 이 서비스를 도입하려면 막대한 초기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이미 상당수 글로벌 기업이 외국은행으로부터 이 서비스를 받고 있기 때문에 국내은행이 GCMS를 도입하더라도 고객 유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3년에도 정부가 GCMS 도입을 추진하려다가 무산된 바 있다. 은행들이 공동으로 하자는 의견이 제기된 적도 있지만 은행마다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존 우리기업의 GCMS 거래은행인 외국은행들과 거래를 끊을 경우 대외 신인도 문제 등 파장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GCMS를 도입할 수 있는 조건은 이미 다 갖춰져 있다”며 “다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서 도입을 못하고 있는 것인데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개선해야할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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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 세계 흩어져 있는 기업자금 은행 한 곳서 관리 추진… 정부, 서비스 도입 모색
입력 2015-04-27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