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27일 새벽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은 초대형 태풍 한가운데 섰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정치 개혁, 후임 총리 인선, 공무원연금 개혁 등 코앞에 닥친 국내 현안은 곧 폭발할 시한폭탄과 같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첫 미국 의회 합동 연설과 미·일 관계 격상, 중·일 관계의 개선 조짐, 식물인간 상태의 남북 관계 등은 성큼 다가선 짙은 먹구름이다. 국내적으로는 갈등 폭발이 우려되고, 외교적으로는 고립마저 염려되는 상황이다.
귀국한 박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세 가지다. 첫째 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수사와 관련해 결과에 따라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의지를 밝히고 이를 정치 개혁의 시발점으로 삼겠다는 점을 진정성 있게 표시해야 한다. 이미 ‘정치 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지만, 구체적이고 보완적인 조치가 없는 한 그저 그런 교과서적 발언으로 인식될 뿐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찰 위에서 간섭하는 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 뻔하다. 박근혜정권 사람들은 ‘다른 건 몰라도 어느 역대 정권보다 돈 문제나 도덕적인 면에서 깨끗하다’는 말을 늘 자랑스럽게 해왔다. 그런 만큼 최측근 실세들이 연루된 부패 의혹만으로도 대통령은 책임감을 느껴야 맞다. 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불거지는 의혹에 대해 법대로 엄정하게 수사해 처리해 나가면 된다. 그것이 정치 개혁의 동력을 살리는 길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은 또 허언을 하게 되는 것이다.
후임 총리 인선의 핵심은 결국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의 변화다. 박 대통령의 인사는 좁은 인재풀과 지역 편중으로 참담하게 실패했다. 후임 총리가 통합형이든 개혁형이든 관리형이든 그것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침에 달렸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많은 각계 지도자들, 특히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야당에 추천을 요청해 후보군에 포함시켜 검토해보는 방안도 좋을 것이다. 대통령 주변의 말 잘 듣는 측근들은 후보에서 배제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정운영의 총체적 실패는 대통령 주변에 예스맨만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예스맨들이나 관료들로부터 올라오는 보고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동북아 외교는 좀 더 유연하고 실용주의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원칙과 강경만 내세우는 외교는 전략적이기는커녕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 주변국들끼리 등 뒤로 손을 잡기 전에 우리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도 국익을 위한 전략이다. 한·일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미국과 동북아의 미래 관계는 미래 관계대로 추진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한 때다. 국내외 현안의 현명한 처리가 올여름 반환점을 도는 박근혜정권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설] 朴 대통령 국내외 현안 태풍 한가운데 서다
입력 2015-04-27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