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당선되는가보다 새누리당 후보가 얼마나 표를 얻을지가 더 궁금합니다.”
4·29 재·보궐 선거 사전투표가 끝난 26일 광주 풍암지구 호수공원에서 만난 김인성(50·금호동)씨는 다소 생뚱맞은 반응을 보였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39.7%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을 염두에 둔 얘기였다. 이 후보는 이를 발판으로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지낸 뒤 지난해 7월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에서 26년 만에 처음으로 보수여당 후보로 당선됐다. 이번에도 새누리당 정승 후보가 야권분열을 틈타 ‘제2의 이정현’이 될지 관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일을 3일 앞둔 상황에서 무소속 천정배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조영택 후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정치권을 뒤흔든 ‘성완종 리스트’와 이완구 국무총리 사퇴 파문 이후 더 굳어진 형국이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북문 근처에서 만난 회사원 최동현(41·상무동)씨는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천 후보가 다소 앞섰지만 결국 최종 투표율이 승패를 가르며 박빙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씨는 “목포 3대 천재로 불리는 천 후보가 그래도 유리하지 않겠느냐”며 ‘야당 회초리론’을 내세운 천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법무부 장관과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굵직굵직한 경력에다 똑똑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자영업을 하는 박영기(58·상무동)씨도 “1년짜리 국회의원이지만 무조건 2번을 찍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무조건 야당 후보를 뽑는 게 능사는 아니다. 조 후보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주저 없이 천 후보를 지지했다. 2010년 6·2지방선거와 같은 해 10월 서구청장 재선거에서 당시 18대 국회의원이던 조 후보가 밀어준 여성 후보가 연속 패배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그러나 향후 정권재창출을 위해 제1야당을 중심으로 야권이 똘똘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했다.
풍금사거리에서 가족들과 외식을 하던 김영훈(58·서창동)씨는 “천 후보가 광주 사람도 아니고 지금까지 누릴 만큼 누린 분이 아니냐”며 “2016년 정권교체를 하려면 조 후보를 당선시켜 야권 심장부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주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조운영(39·여)씨도 “지역 사정에 밝고 익숙한 인물을 국회로 보내야 한다”며 “지방선거에서 특정 여성 후보 공천을 고집한 것은 ‘신의’와 ‘의리’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조 후보를 두둔했다.
공기업 직원 윤영주(49·화정동)씨는 “깨끗하고 청렴한 이용섭 전 의원이 조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게 박빙 승부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후보보다 지역살림에 실질적 도움을 줄 만한 새누리당 정 후보를 찍어 정치권의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한다는 소신파도 적지 않다. 광주 서을의 선거 결과는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 민심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어서 이목이 쏠린다. 광주=글·사진 장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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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현장 르포-광주 서구을] “무조건 野? 능사 아니제…”
입력 2015-04-27 02:03